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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 새벽1시 ‘북적’… 술냄새 진동 안했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5.09일 03:10

■ 2개 노선 운행 3주째 직접 타보니

[동아일보]

8일 0시 45분경 서울 합정역 버스정류장(종로 방향). 조익현 씨(22·대학생)가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버스 번호 옆에는 대부분 ‘종료’라고 돼 있었지만 심야버스 N26번(개화역∼중랑차고지)만은 유일하게 ‘28분 뒤 도착 예정’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조 씨는 학비를 벌기 위해 합정역 인근 음식점에서 오후 8시부터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퇴근 시간은 버스가 끊기는 시간인 밤 12시 40분. 집이 있는 노원구 공릉동까지 택시를 타면 할증요금이 붙어 2만5000∼2만8000원이 나온다. 그가 받는 시급은 5500원. 택시를 타면 일당을 모두 교통비로 내야 한다. 그는 “심야버스를 타면 중랑차고지에서 내려 15분만 걸으면 집에 갈 수 있다”며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에게 심야버스는 퇴근길 고민을 해결해 주는 버스”라고 했다.

오전 1시 10분쯤 되자 정류장에 5명이 더 모였다. 기자도 이들을 따라 오전 1시 13분 도착한 N26번 버스에 올랐다. 서울시는 지난달 19일부터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N26번과 N37번(송파차고지∼진관차고지) 등 심야버스 2개 노선을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시범 운행하고 있다. 배차 간격은 35∼40분.

심야버스라서 승객이 많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버스 안은 출근시간 ‘만원버스’처럼 북적였다. 버스운전사 이상희 씨(65)는 승객에게 “혼잡합니다. 뒤쪽으로 이동해주세요”라고 연신 말했다. 종로로 들어서자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승객이 몰리더니 승객이 대거 내리는 동대문역 버스정류장에 가서야 빈 공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취객이 다수여서 술 냄새가 진동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낮 시간에 운영하는 버스와 다를 게 없었다. 운전사 이 씨가 “위생봉투가 준비돼 있으니 속이 거북한 승객은 언제라도 말씀해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이를 찾을 정도로 취한 손님은 없었다.

1차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리운전 기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저마다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에 깔린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순서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태희 씨(48)는 심야버스가 운행되기 전에는 일을 마친 뒤 택시를 타기 아까워 PC방에서 잠을 자며 첫차 시간을 기다렸다. 그는 “이제 한두 시간이라도 일찍 퇴근할 수 있다”며 “손님을 모시고 외곽으로 갔다가 중심지로 돌아올 때도 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교통비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이 씨에 따르면 운행 초기 승객 중 60∼80%가 대리운전 기사였다. 그러나 회사원, 학생, 자영업자 승객이 점점 늘어 현재는 대리운전 기사 수를 넘어서고 있다. 이날도 모임에 갔다가 버스를 놓친 회사원, 새벽에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 등이 속속 버스에 올랐다. 종로5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임모 씨(53)는 “집이 중랑구 중화동인데 오전 2시에 가게 문을 닫고 택시를 잡으면 ‘손님 내려주고 돌아올 때 빈차가 된다’며 승차거부 당하기 일쑤였다”며 “택시운전사와 더이상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했다.

심야버스 운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승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5일 현재 승객 누계는 3만763명. 토요일 새벽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20일 하루 1470명이었던 승객이 27일에는 2484명, 4일에는 2633명으로 늘었다.

시민들이 심야버스 운행을 반기자 시는 7월 중에 6개 노선을 추가하기로 한 것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운행 업체 선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다음 달이나 늦어도 7월 1일부터는 확대 운행할 계획이다. 현재 확정된 신규 노선은 도봉산∼온수, 강동∼석수, 상계∼송파, 강동∼은평, 사당∼도봉산, 양천∼노원 등 6개다. 시 관계자는 “8개 노선이면 시내 주요 간선 축을 다 지나는 것이어서 더이상 확대할 필요는 없다”며 “승객 수요를 지켜본 뒤 승객이 많은 노선은 35∼40분인 배차 간격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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