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하루 앞두고 연인 줄 초콜릿 만드려는 10~30대 여성들로 '북적'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 내 베이커리 골목. 이맘때면 여학생들에게 '초콜릿 골목'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영하의 날씨에도 20m 남짓한 베이커리 골목에는 남자친구에게 만들어줄 초콜릿의 재료와 포장재료를 사려는 10~30대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골목 내 상점들은 밸런타인데이 특수답게 평소 주 판매상품인 베이커리 재료 대신 중간가공 상태의 커버처 초콜릿과 견과류, 장식용 쿠키와 초코펜 등을 늘어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고객들이 초콜릿 제품을 살펴보고있다. © News1
손님들로 북적이던 한 상점에서 초코펜을 한 주먹 사가지고 나온 이모(29·여)씨는 "밸런타이데이쯤 남자친구가 있다면 해마다 방산시장에 들러 초콜릿 재료를 샀다"고 했다.
"같은 종류의 초콜릿을 만들어도 매번 새로운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게 수제 초콜릿의 매력"이라던 그는 "버튼형 초콜릿에 연인의 이니셜을 새겨넣을 계획"이라며 이니셜을 적을 색색의 초코펜들과 장식용 스프링클을 보여주며 웃었다.
골목 입구의 또 다른 상점에선 앳된 얼굴의 10대들도 눈에 띄었다.
남자친구에게 줄 초콜릿 재료를 사러 나왔다던 김모(18·여)양은 "남자친구와 1년 4개월쯤 만났는데 작년에는 초콜릿 만들 생각을 못해 사서 준게 못내 아쉬웠다"며 "이번에는 파베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줄 계획"이라고 했다.
팔짱을 낀 채 쇼핑중이던 김예인(18·여)양과 최지원(18·여)양도 남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만들 재료를 사러 방산시장에 왔다고 했다. 각각 2만원 안팎의 돈을 챙겨왔다는 이들은 "가격이나 내용물 등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점이 방산시장의 매력"이라며 "여기 와서 직접 따져보고 샀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연애하는 기분'을 되살리고자 남편에게 줄 초콜릿을 사러 왔다는 40대도 있었다. 김모(45·여)씨는 "어쩌다 이런 날에나 한 번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겠나. 애 아빠한테도 연애하는 기분도 내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씨와 함께 온 진모(46·여)씨도 "아이들과 교회 아이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며 두 봉지 가득 초콜릿 재료를 사들고 있었다.
이들은 포장지 코너를 한참이나 살펴 본 후 '아이 러브 유'라는 멘트가 촘촘히 사선으로 채워진 투명 포장지를 골랐다.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한 상점의 아르바이트생이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사람들의 설레임 속에서 한 숨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전엔 끝내줬죠. 사람 머리 꼭지가 안보일 정도였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예년보다 손님이 30% 정도 준 것 같아요"
방산시장에서 25년간 장사를 했다는 이모(여·55)씨는 "밸런타이데이 이틀 전쯤이 판매량에 '정점'을 찍는 날이어야 하는데 어제 정점을 찍지 못했다"며 "주로 어린애들이 (초콜릿을)사러 오는데 경기가 이러니 부모가 돈이 없어 용돈을 못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불경기를 짐작케 하듯 이씨의 상점 외에도 여러 상점에서 '쎄일', '할인' 등의 팻말을 붙이고 손님을 유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 둔 이날 손님 입장에서 본 시장은 활기찼다.
필요한 재료를 미리 적어온 종이를 보며 혼자서 꼼꼼하게 고르는 손님, "코팅된 초콜릿이랑 코팅 안 된 초콜릿이랑 뭐가 달라요?", "파베 초콜릿 만드려면 어떤 걸 사야해요?", "어떤 게 더 잘나가요?" 등 질문을 하는 모습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어하는 따뜻함이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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