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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모기와 전쟁… 이번엔 '세균戰'

[기타] | 발행시간: 2013.05.14일 03:10

[박테리아 감염시켜 사람에게 옮기는 질병만 억제… 씨는 말리지 않아]

감염된 모기 후손도 말라리아 전파력 떨어져

불임·유전자 조작법과 달리 생태계 먹이사슬 파괴 안 해

때 이른 더위에 벌써 모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여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치명적인 병이라도 옮을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 최근 모기와 더불어 사는 세균으로 모기는 그대로 두면서 사람에게 옮기는 질병만 줄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모기도 살고 사람도 살리는 일종의 '상생(相生) 방제법'이다.

◇세균으로 말라리아 원충 억제

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는 2010년 전 세계에서 2억1900만명을 감염시켜 약 66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예방백신을 만들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지용 시(Xi) 교수 연구진은 '사이언스' 최신호에 세균으로 말라리아를 막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주목한 세균은 '월바치아(Wolbachia)'. 사람의 장내 세균처럼 모기와 파리 등의 몸에서 별다른 해를 주지 않고 사는 공생(共生) 세균이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Anopheles stephensi)에는 원래 이 세균이 살지 않는다. 연구진은 수백 번 시도 끝에 얼룩날개모기 수정란 하나에 월바치아 세균을 이식했다. 수정란이 자라 후손을 낳자 암수 모두 세균을 갖고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모기 34세대(世代)까지 세균 감염이 계속됐다.

공생 세균이어서 세균에 감염된 모기는 멀쩡했다. 대신 암컷이 말라리아를 옮기는 능력이 3.4분의 1로 줄었다. 암컷 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 사람 피를 빠는 과정에서 몸에 있는 말라리아 원충을 사람에게 옮긴다. 시 박사는 "세균에 감염된 모기 조직에 말라리아 원충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며 "공생 세균이 모기의 면역 체계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말라리아 전파력이 많이 줄어든 모기 숫자를 늘리는 것. 실험에서는 이 역시 짧은 시간에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에 감염된 모기 수컷이 말라리아를 옮기는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알을 낳아도 애벌레로 자라지 못했다. 반면 세균을 가진 암컷은 야생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암수 모두 세균을 가진 후손을 낳았다.

이론적으로는 세균에 감염된 수컷이 야생 암컷과 야생 수컷의 짝짓기 기회를 차단하고, 세균에 감염된 암컷이 계속 세균을 가진 후손을 낳으면 말라리아를 잘 옮기지 못하는 모기가 집단을 채우게 된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세균에 감염된 모기들과 야생 모기들을 함께 키웠다. 연구진은 암컷 중 세균에 감염된 개체 비율을 각각 5, 10, 20%로 달리했지만, 똑같이 8세대 만에 암컷 모두가 세균 감염 모기로 바뀌었다.

◇뎅기열 억제는 호주·베트남서 자연 실험 중

모기가 옮기는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특수한 모기를 탄생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먼저 '불임(不姙)' 모기다. 수컷 모기에 방사선을 쬐어 생식 능력을 없앤다. 불임 수컷을 자연에 방사하면 정상 암컷과 짝짓기를 해도 후손을 퍼뜨리지 못한다. 불임 수컷이 정상 암수가 만날 기회를 계속 차단하면 모기 집단은 갈수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 미국에서는 이 방법으로 가축에 해를 입히는 파리를 퇴치했다. 하지만 방사선을 쬐면 다른 신체 기능도 망가지는 문제가 있다. 불임 수컷이 힘이 달려 번번이 정상 수컷에 암컷을 뺏기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근에는 후손에게 작동하는 '시한폭탄'을 가진 모기도 나왔다. 수컷의 생식 능력은 그대로 두고 나중에 태어날 알에서 작동할 자살 유전자나, 아니면 암컷 후손의 날개만 망가뜨리는 유전자를 넣는 것이다. 자살 유전자가 발현하면 모기가 그냥 죽게 되고, 날개가 망가진 암컷은 피를 빨러 다닐 수 없다. 영국 옥시텍사는 2009년 자살 유전자를 가진 수컷 모기를 케이먼제도와 카리브해에 방사해 뎅기열 전염 모기 수를 80%가량 줄였다. 브라질 정부도 같은 모기를 방사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충(害蟲)이라도 씨를 말리면 생태계 먹이사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모기에 주입한 유전자가 다른 종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반면 공생 세균을 이용한 말라리아 퇴치법은 모기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방제법이 될 수 있다.

호주 모나시대의 스콧 오닐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여러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이루지 못한 성과"라고 말했다. 오닐 교수팀은 2011년 '네이처'에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에 같은 방법을 적용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세균에 감염된 모기들을 호주 두 군데 야생 모기 군집에 방사하자 뎅기열 전파 모기가 크게 줄었다.

연구진은 세균이 뎅기열 바이러스와 함께 모기 몸 안의 영양분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모기 힘을 약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닐 교수는 베트남에서도 같은 실험을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과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사는 말라리아모기 종에 같은 방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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