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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2> ‘김여사’보다 ‘미스터 김’이 나쁜운전

[기타] | 발행시간: 2013.06.06일 09:30

삿대질 핏대男 너나 잘하세요

男이 교통사고 5배-사망사고 90% 냈다는거 몰라?

[동아일보]

《 ‘미스터 김’은 오늘도 운전을 하다 혀를 쯧쯧 찼다. 교차로에서 차량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있는데 앞 차가 미적댔다. 앞 차의 운전석 사이드미러를 보니 여성 운전자다. ‘빵!’ 미스터 김은 경적을 울렸다. 재빨리 앞 차를 추월하며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옆을 째려봤다. 눈이 마주친 여성이 ‘움찔’ 했다. “여성 운전자가 문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미스터 김을 기자가 만났다. 》

이 기자=안녕하세요 미스터 김, 어째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미스터 김=말도 마. 오는 길에 답답하게 운전하는 하는 여성을 만나 어찌나 고생을 했는지. 그런데 언제부터 그런 여성 운전자를 ‘김 여사’라고 불렀는지 아나?

이 기자=2006년 무렵부터 누리꾼 사이서 퍼진 표현이에요. 일명 ‘김 여사 놀이’라고 해서 여성 운전자를 조롱하기 시작했죠. 요즘은 운전을 잘하건 못하건 여성이기만 하면 ‘김 여사’라며 낙인을 찍어요.

미스터 김=그렇군. 여성 운전자가 얼마나 운전을 못하는지 궁금해서 어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김 여사’를 검색해 봤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고, 주차 티켓을 뽑다가 티켓발권기를 차로 밀어 버리고…. 정말 가관이더군.

이 기자=저도 똑같이 ‘김 여사’를 검색해서 동영상 100개를 봤는데요, 운전자가 여성이란 게 확실한 건 32개밖에 없던데요? 그중 4개는 사고 책임이 여성 운전자에게 있는지 불확실했고요. 나머지 68개는 운전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가 없던데요.

미스터 김=이 기자가 잘 몰라서 그래. 남자는 운전도 잘하고 경험도 많은데 여자는 여기저기서 헤매고.

이 기자=그래서 제가 서울 강남경찰서, 마포경찰서 교통경찰과 함께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단속 현장에 동행했어요. 평소 늘 미스터 김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을 못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첫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 삼거리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BMW가 교차로 안전지대에 들어가 있다가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으로 적발됐어요. “들어가면 안 되는 공간인 줄 몰랐다”며 “좀 봐 달라”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그 자리서 벌점 10점과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했어요.

미스터 김=그것 봐. 교통법규 어기는 것도 여성 운전자잖아.

이 기자=그날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7명 중 여성은 그분이 유일했는데요? 한 시간 뒤에는 한 방송사 중계차가 중앙선을 침범하다 적발됐어요. 운전자는 50대 남성이었어요. 같은 방송사 버스가 뒤따라 중앙선을 침범해 U턴하려다가 멀리서 경찰차를 보더니 재빨리 원래 차로로 돌아갔어요. 역시 남성 운전자였어요. 그 뒤부터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걸리기만 하면 줄줄이 남성이었어요.

미스터 김=에이, 그날만 그런 것 아냐?

이 기자=다음 날도 단속 현장에 따라갔죠. 이번에는 불법 U턴이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서울 마포구청역 앞 도로였어요. 10분 새 1t 트럭과 그랜저가 불법 U턴으로 잡혔는데 둘 다 남성이었어요. “바빠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미스터 김=잘 몰라서 그랬겠지. 오래 운전한 남자들은 안 그래.

이 기자=운전이 직업인 남성도 똑같던데요? 28일 오전 11시에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근처서 카니발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불법 U턴을 하다 적발됐는데 운전자가 버스운전사였어요. 경찰이 “운전에 도가 튼 사람이 실력만 믿고 법규를 어기다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혀를 차더라고요.

미스터 김=그럴 리가 없는데….

이 기자=물론 여성도 적발됐죠. 단속 이틀간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불법 U턴 등으로 적발된 운전자가 총 20명인데 그중 여성은 3명뿐이었어요.

미스터 김=남녀 운전자에 대해서 교통경찰은 뭐라고 하던가?

이 기자=의견이 반반이었어요. 한 경찰은 “여성이라고 운전을 못한다는 건 편견”이라고 했어요. 골목길에서 주차를 제대로 못해 길을 막고 낑낑거리는 승용차를 보곤 여성 운전자인 줄 알고 가 봤더니 허우대 멀쩡한 남성이었던 적도 있다면서. 다른 경찰은 “교통법규를 잘 몰라서 그런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나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은 남성보다 여성이 자주 적발되는 것 같다”고 했어요.

미스터 김=신호 대기하면서 화장품 꺼내 눈 화장 고치고,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로 정속 주행하는 여성도 있어!

이 기자=실제 그런 여성을 본 적 있으세요?

미스터 김=그건….

이 기자=저도 그런 소문을 자주 들어서 정말인지 경찰한테 물어봤죠. 10년, 20년씩 단속한 경험이 있으니 혹시 봤을까 싶어서요. 한 경찰은 “여성 운전자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어요. “아마 예전에 비해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차량을 소유한 여성도 늘다 보니 남성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불만을 그런 소문으로 표출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다른 경찰도 “지리에 어두운 여성이 내비게이션에 많이 의존하거나 교차로에서 서행하는 일은 있어도 소문처럼 황당한 경우는 못 봤다”고 했어요.

미스터 김=그럼 남녀가 운전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건가?

이 기자=아뇨. 오히려 남성이 더 위험해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총 2725만1153명의 운전면허 보유자 중 남성이 1647만4240명(60.5%), 여성이 1077만6913명(39.5%)이에요. 운전자 수는 남녀가 약 6 대 4로 엇비슷한데 놀라운 건 교통사고를 내는 비율이에요. 2011년 교통사고 제1당사자(사고 책임이 가장 큰 운전자) 통계를 보면 남성이 17만7688건을 일으켰고 여성이 3만6928건을 일으켰어요. 남성이 여성보다 약 다섯 배 사고를 더 많이 일으킨 셈이죠.

미스터 김=그렇게나 많이? 차이가 너무 나는걸.

이 기자=특히 교통사고 사망자의 90%는 남성이 일으킨 사고 때문이었어요. 2011년 남성이 낸 사고로 숨진 사람은 4695명이지만 여성이 낸 사고로 숨진 사람은 502명이었어요.

미스터 김=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이 기자=궁금해서 남녀가 각각 어떤 법규를 주로 위반하는지 분석했어요.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원인을 살펴봤더니 남성이 여성보다 △과속은 25배 △추월 방법 위반은 11배 △추월 금지 위반은 8배 더 많았어요. 과속이나 추월이 특히 위험하다는 건 아시죠? 사고가 터지면 대형 사고로 번질 개연성이 크거든요.

미스터 김=음….

이 기자=여성이 남성보다 안정적으로 운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자동차부품연구원이 2011년 남녀 운전자 20명씩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급감속, 급제동을 더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천안 나들목에서 진천 나들목까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남성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1번 밟는 데 평균 1.494초가 걸렸어요. 반면 여성 운전자는 4.642초가 걸렸죠.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도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14회 더 많았어요. 남성이 브레이크를 콱 밟고 급제동도 자주 한다는 뜻이죠.

미스터 김=어이쿠, 그동안 여성 운전자만 보면 운전 못한다고 혀를 찼는데. 앞으로 얼굴을 못 들겠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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