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한산한 4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상가 아이파크몰. 카메라 매장을 찾은 한 손님이 카메라에 대해 문의하자 오전 11시가 넘어 첫 손님을 맞은 상인이 적극적으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콤팩트 카메라를 찾는 손님들이 확실히 줄었다." (용산 전자상가 카메라 매장 직원 A씨)
"요즘 용산 전자상가 자체에 손님이 많이 없다. 콤팩트 카메라는 가벼운 것을 찾는 여성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편." (용산 아이파크(I'PARK)몰 디지털 기기 매장 직원 B씨)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는 필름카메라와 같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일명 '똑딱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넘지 못하고 최근 '종말'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도 아직까지 꾸준히 판매는 이뤄지고 있었지만 사양길로 접어든 조짐은 뚜렷했다.
4일 파이낸셜뉴스 기자가 국내 최대 가전 시장인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 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을 찾았을 때 카메라 시장의 침체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휴가 시즌이라 한산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말 오후치고는 지나치게 사람들이 없었다.
3, 4층 두 개층에 이어진 카메라 매장은 100여 개인 반면 오가는 사람들의 수는 수십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 외국인의 모습이 절반이나 됐다.
그러나 상인들은 콤팩트 카메라의 '종말'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이었다. 그런 언론보도가 오히려 사러온 손님들을 더 줄이고 있다며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한 매장 사장은 기자가 '어느 제품이 잘 나가느냐'고 묻자, 20만원대의 저렴한 소니, 캐논 등 유명 카메라업체 모델을 권하며 "아무리 스마트폰의 카메라 사양이 좋아져도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있어 왔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몰 매장 직원 역시 "여성 소비자의 경우 무거운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나 비싼 하이엔드급 디지털 카메라 대신 휴대가 편하고 화소가 높으면서 가벼운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여전히 찾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콤팩트 카메라의 판매율은 10%, 최대로 잡아도 20%에 불과했다. 하루에 10대의 카메라가 팔린다면 콤팩트 카메라의 판매는 1~2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 판매 직원은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용산 상가 전체에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며 "콤팩트 카메라 판매율이 가장 많이 줄었는데, 그마나 외국인 손님들이 선물용으로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똑딱이'들은 하루에 많아야 2대 정도 나간다. 전체 매출의 10~20% 정도"라고 말했다.
■'똑딱이' 종말론…왜?
콤팩트 카메라 시장의 종말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예견된 사안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무게나 화소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똑딱이' 시장은 강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2013년 1~5월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올림푸스는 디지털 이미징 사업에서 지난해 230억엔의 손실을 입은데다 후지필름이나 파나소닉은 제품 라인업을 대폭 줄였고, 캐논은 올해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10% 낮추는 등 글로벌 카메라 시장은 '비상'이다.
국내 카메라 시장 역시 스마트폰이 등장한 최근 3년 동안 매년 2~3%씩 시장 규모가 줄면서 지난해 150만대를 겨우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늘면서 콤팩트 시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며 "카메라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됐지만 카메라만의 전문 기능을 살린 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러리스 중심으로 시장 재편
전반적으로 위축된 카메라 시장의 '구원선수'는 미러리스 카메라였다. DSLR의 정교함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이 접목된 미러리스 카메라는 최근 DSLR 점유율을 뛰어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용산 카메라 상가에서도 미러리스 카메라의 '대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장의 한 직원은 "요즘은 손님 상당수가 미러리스 카메라를 찾는다"며 "판매율을 따져 보면 60% 이상이 미러리스 카메라이고, DSLR 20~30%, 콤팩트 카메라가 10~20% 정도"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정상희 수습기자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