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담 증가가 싫다면서 무상 복지 정책하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정부가 무상복지 정책을 재검토하든지 아니면 복지확대를 위한 세부담 증가의 불가피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든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현진권(사진) 한국재정학회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쏟아냈다.
현 회장은 “무상복지 정책을 편다고 여야가 공히 약속한 바 있는데 최근 세법 개정안은 거기에 대한 계산장이 날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세금 증가가 싫다면 무상복지도 싫다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복지 싫으니까 세금 더 걷지 말라고 말하는 게 맞는데도 지금은 무상복지는 해야 한다고 하고, 세금은 더 걷지 말자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 세금을 올리거나 복지 공약을 수정하거나 선택해야 하는데 대내외 여건을 보면 복지 정책 수정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 주겠다는 지출 정책은 정부가 부담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얼마를 써야 한다고 하면 가치있는 행위인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짜는 공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무상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아이들이 버린다고 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복지정책을 펴는 것은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회장은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국민들한테 설명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세율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증세 정책이 아니라고 정부가 설명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율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증세정책”이라고 못박았다.
현 회장은 “다른 나라는 법인세를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데 우리나라는 2단계 누진구조에 더해 지난해에는 3단계까지 누진구조를 뒀다”면서 “외국이 단일세율을 두는 이유는 법인을 통해 소득 분배 효과를 노리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세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표와 직결되다 보니 보다 손쉬워 보이는 법인세를 자꾸 손대는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를 꼬집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과세표준을 현행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