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은 결코 리즈청(李自成)이 돼서는 안 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동지가 경고했던 이 말을 모든 당원이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즈청은 명나라 말기 나라가 혼란스럽자 농민봉기를 주도, 1644년 3월 베이징으로 입성해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최고의 권좌에 올랐으나 한 달 만에 관병의 공격에 무릎을 꿇었던 인물. 그는 권좌에 오르자 봉기 당시 내세웠던 “질곡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겠다”던 약속은 잊어버린 채 사치한 생활에만 빠져 멸망을 자초했다.
시 주석은 이어 “환란에 대비하면 살 것이요 안락을 추구하면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이에 대해 “당의 부패에 대한 일반 백성들이 반감이 높아져 일종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혁·개방 이전 30년과 이후 30년은 서로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집권한 뒤 이 발언을 반복해 왔다. 이는 좌파적 마오쩌둥 사상과 우파적 개혁·개방의 길을 동시에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마오 동지가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문화대혁명과 같은 잘못된 길을 간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혁명 지도자는 인간이지 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혁명지도자는 위대하지만 신처럼 숭배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명보(明報)는 이에 대해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를 두고 어느 한쪽으로 지우치지 않으면서도 그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봤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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