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fruit)인가 노래(some song)인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을 조롱하는 동영상을 17일(현지시각) 온라인에 게재했다. 오는 24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를 앞두고 관심을 끌기 위해 공격적인 홍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에는 MWC에서 선보일 새로운 태블릿 기기의 모습을 티저(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 형태로 담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애플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로 보이는 서비스에 “올해 MWC에서 놀라움을 자아낼 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이 음성 서비스는 “아름다운 슬림 디자인을 갖춘 태블릿 기기가 새로 나올 것”이라며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은 태블릿 기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음성 서비스는 태블릿 기기 다음에 검은색 스마트폰을 비춰주며 “전면부에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가 탑재된다”라고 말한다. 이어 “새로운 멀티미디어 태블릿도 나온다”며 “극한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고, 차세대 롱텀에볼루션(LTE)도 지원한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대한 조롱은 제품 티저를 마치고서부터 시작된다. 음성 서비스가 제품 소개를 마치고 이 남성은 “대단하다”며 “이 제품들이 과일(fruit)이나 노래(some song)의 것(제품)인가”하고 묻는다. 과일은 애플을, 노래는 삼성을 빗댄 것이다. 그러자 음성 서비스는 “이 제품들은 화웨이 것”이라며 “화웨이가 세상을 또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친 것 같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도발에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뭐라고 대응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반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애플도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화웨이의 도발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화웨이가 올 초 가전쇼 CES 2014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애플이나 삼성을 조롱할 수 있을 정도의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CNET의 크리스 매티시치크(Matyszczyk) 기자는 “화웨이가 브랜드 리더격인 회사들에 이렇게 재미없는 조크(농담)를 던질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선보일 제품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상으로 화웨이가 MWC에서 선보일 제품들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며 “루머가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화웨이가 MWC에서 태블릿 제품 2개와 스마트폰, 스마트와치 제품을 새로 선보일 것”이라는 루머를 블로그에 게재했다. 태블릿 2대와 스마트폰 1대를 예고한 홍보 영상과 루머가 스마트워치를 제외하고는 일치한다는 얘기다.
이 중 태블릿 제품 한대에 대한 스펙이 최근 인터넷상에 유출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미디어패드 M1 8.0’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제품은 8인치 태블릿 기기로, 1.6기가헤르츠(Ghz) 코르텍스-A9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 4.2다.
[한동희 기자 dwise@chosun.com]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