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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라도 꼭 가야 해… 아들딸 만나러”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2.20일 06:03
[4년만에 남북 이산상봉]

이산가족들 속초서 잠 못 이룬 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김섬경 씨(91)가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강원 속초시 상봉자 집결지로 들어오고 있다. 그는 최근 감기 증세로 쓰러질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지만 북측의 아들과 딸을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 속초=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의 1차 행사에 참석할 남측 이산가족 1진은 19일 강원 속초시의 한 콘도에서 ‘설레고 떨리는 밤’을 보냈다. 휠체어를 이용해야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80대 이상의 고령자가 많고 날씨도 추웠지만 헤어졌던 북녘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 때문인지 표정은 대부분 밝았다.

속초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산가족은 북한의 손자(30)를 만나는 백관수 씨(91)였다. 인천에 사는 백 씨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오전 10시 반 속초에 도착했다. 큰 가방 속에는 손자에게 선물할 내복과 의약품, 화장품이 빼곡히 챙겨져 있었다. 백 씨는 아들과의 상봉을 원했지만 이미 세상에 없었다. 백 씨는 “나만 한국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손자가 원망하는 눈으로 날 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갖고 온 이산가족도 있었다. 황해도 옹진 출신의 김명복 씨(66)는 누나와 고모에게 아버지의 유언장을 보여줄 생각이다. 아버지는 유언장에 “내가 죽더라도 꼭 누나를 찾으라”고 남겼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손기호 씨(91)는 딸 인순 씨(65)를 만난다. 손 씨는 딸에게 주려고 옷과 의약품 등 선물을 잔뜩 챙겼다. 대한적십자사가 가이드로 제시한 제한 중량인 30kg을 꽉 채웠다. 손 씨는 “잠시 피란 온다는 것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나. 지금까지 살아 있고 만나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급차를 타고 온 김섬경 씨(91)가 링거를 매단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숙소에 들어서자 주변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졌다. 18일 속초에 도착한 김 씨는 감기 증세로 쓰러졌지만 “북한의 아들과 딸을 꼭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씨는 수액 링거를 단 채 금강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날 격려차 이산가족들을 찾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의료진에게 “김 씨를 특별히 잘 돌봐 달라”고 당부했다.

상봉 기회가 주어진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돼 대신 참가한 아들 이봉자 씨(59)의 사연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씨의 어머니 김정자 씨(90)는 북에 두고 온 딸 이영자 씨(71)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겨우내 병세가 나빠져 요양원을 나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어머니 대신 누나를 만나는 이 씨는 “어머니가 평생을 그리워하셨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해 자식으로서 너무 가슴 아프다. 지난해에만 상봉이 이뤄졌더라도 가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누나에게 줄 선물 보따리에 어머니 사진을 여러 장 넣었다.

한국 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83명) 중 이근수 씨(84)가 상봉 행사 바로 전날인 이날 건강 문제로 막내 여동생과의 만남을 결국 포기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함경남도 출신인 이 씨는 북한 인민군으로 강제 징집돼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됐고 반공포로로 풀려난 뒤 한국군에 입대해 중위로 제대한 이력이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속초=이인모 기자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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