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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석화 푸틴…우유부단 오바마

[기타] | 발행시간: 2014.03.03일 11:47

크림반도 점령까지 일사천리

21세기판 ‘차르의 부활’

시리아 사태 이어 늑장대응

‘오바마 독트린’ 다시 시험대에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점령 작전에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오바마 독트린’이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

2008년 조지아, 2013년 시리아에 이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부활하는 차르’(푸틴)와 ‘쇠락하는 세계경찰국가의 종이 호랑이’(버락 오바마)의 위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년 11월 말부터 수개월째 계속돼 온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늑장 대응으로, 러시아와의 파워 게임에서 또 다시 ‘수’를 놓쳤다.

크림반도를 접수한 러시아의 동작은 재빨랐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첩보기간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다웠다.

크림반도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의 주 정부청사와 주의사당을 점거한 것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 날 즉각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주변 흑해에서 군사훈련을 지시했고, 이튿날 심페로폴 공항과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한 세바스토폴 해군기지 인근 군사항공을 장악했다. 이어 수천명의 군사를 크림반도에 파견했다. 총성 한발 울리지 않고 크림반도를 손에 넣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상원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내 군사력 사용 승인까지 받아 여차하면 우크라이나 전체에 군사 개입에 나설 태세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임시 정부는 허를 찔렸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데니스 베레조프스키 신임 해군사령관이 크림자치공화국 총사령관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러시아 편에 선 것. 우크라이나 정부는 2일 베레조프스키 사령관을 전격 해임하고 반역 혐의를 씌워 조사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부대에 러시아군 도발 시 응전을 지시하고 100만명에 달하는 예비군 소집령을 내렸지만, 군사력에서 러시아와 게임이 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동부 각지에서도 친러 시위가 일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재편입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나라가 동서로 두동강 날 판이다.

옛 소비예트 연방국을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에 묶어두려는 푸틴 대통령은 ‘21세기 차르’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갔다. 지난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아)와의 전쟁 시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마찬가지로 자국민 보호 명분을 빌미로 전면전을 벌여, 조지아 영토 20%를 되가져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푸틴 대통령과 이례적인 90분간에 걸친 긴 통화에서 러시아군의 파견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에 나섰지만, 미국이 러시아에게 실효적인 제재를 취할 수단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집권 2기인 오바마 대통령의 무기력함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머뭇머뭇하다 푸틴 대통령에게 주도권을 뺏겼던 시리아 사태의 ‘데자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일으킨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응징을 선언했다가 미국 내부에서 반전 여론이 일자, 군사개입을 의회 승인 뒤로 미루며 분열을 초래했다. 그 사이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방안을 제시하며 해결자로 나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넓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독트린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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