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3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양회 소속 중국 정치인들의 부와 재산 증식 속도가 기업인 등 일반 자산가들보다 방대하고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정협과 전인대에 참석한 정치인들의 재산 규모와 중국 재계정보 조사기관 후룬연구원(胡潤硏究院)의 보고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협 소속 정치인 69명과 전인대 소속 정치인 86명 등 총 155명이 중국 억만장자 리스트인 후룬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이들 155명 중국 정치인의 평균 재산은 97억 위안(약 1조7000억 원)으로 후룬리스트 1000명의 평균 재산 64억 위안보다 약 51.6%나 많았다. 양회 가운데서는 정협 소속 억만장자들이 평균 117억 위안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평균 81억 위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전인대 소속 억만장자들보다 부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회 소속 억만장자들은 재산을 증식하는 속도도 일반 중국 부호들보다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6년부터 8년간 후룬리스트에 포함된 억만장자 1000명의 재산이 약 3배 늘어난 반면, 양회 소속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평균 4배 늘어났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이 가운데 양회에 5년 이상 참석한 정치인 56명의 경우 재산이 무려 3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정권 이후 강력하게 추진 중인 반부패 개혁이 전인대 소속 정치인의 재산 증식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2년부터 2013년 말까지 정협 소속 전체 정치인의 재산이 19.6% 증가한 반면, 전인대 소속 정치인들의 재산 증가율은 16%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양회 소속 정치인 5000여 명의 실제 재산이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10년 전부터 공산당 지도부가 정치인들과 그 가족들의 재산을 공개하라고 지시했지만, 각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재산공개가 강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양회 소속 정치인들 가운데 억만장자가 몇 명이고 이들의 재산이 얼마만큼인지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003년 공산당 지도부가 자본가들의 양회 참여를 허락하면서부터 중국 정치인들의 부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FT는 이에 대해 “정협이나 전인대에 소속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부를 가졌다는 의미”라며 “중국에서 정치권과의 연계성이 재산 축적에 이로운 것은 명백하지만, 중국 정치인들은 ‘재산 축적’보다 ‘재산 보호’를 위해 권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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