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제재 해제’ 합의 이후]
日화물 나진 경유해 中각지로 운송… 유엔제재 피해 통행료 챙길수 있어
中-러에 나진항 사용권 경쟁도 유도
북한 나진항과 일본 돗토리(鳥取) 현 간에 해상 직항로를 개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르면 9월부터 중국 동북지방의 물류가 나진항을 통해 중국 남부 등으로 본격 운송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달 말 일본과 납북자 문제와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북-일 합의’를 이뤄내는 등 경제난과 외교 고립 타개를 위해 정부 간 협상을 벌이는 한편 물밑에서도 주변국과 전방위 접촉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개방 창구인 나진항과 일본 돗토리 현 사카이미나토(境港) 시를 해상으로 잇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한 제3국 소식통은 “나진 측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북-일 간 해상 항로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단절됐다. 이번 논의는 항로 재개통뿐만 아니라 일본이 중국 동북지방과 연결되는 물류 동선을 선점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른 소식통은 “사카이미나토 시에서 선적한 화물을 나진을 거쳐 육로로 인접한 옌볜 훈춘(琿春)까지 옮긴 뒤 거기에서 중국 각지로 운송하고 그 반대 방향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진에서 훈춘까지는 50여 km의 도로가 개설돼 있다.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풀지 않고 단순 경유만 하기 때문에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단 북한은 이 과정에서 부두 이용료를 챙길 수 있다.
사카이미나토는 1992년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북한의 도시인 원산과 우호제휴 관계를 맺은 곳이다. 2006년 핵실험 전까지 일본에서 북한 화물선의 입출항이 가장 빈번한 항구였다.
그동안에는 일본의 대북 제재가 진행 중인 만큼 항로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북-일 합의로 개통 전망이 밝아졌다. 옌볜의 한 소식통은 “일본 측 중개인을 거쳐 북-일 간에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양측 정부 간 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어 이번 사업의 실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의 촹리(創力)해운이 9월부터 나진항 1호 부두에서 중국의 물류를 동해 쪽으로 운송하기 위해 북한과 협의 중이다. 촹리해운은 2010∼2012년 나진항을 통해 총 7차례 석탄을 송출한 적이 있지만 물량이 적고 경제성이 맞지 않아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나진항 1호 부두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다는 말도 북한이 부인하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운송 가능 품목이 ‘원유 등 전략 물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돼 석탄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지방의 다른 화물도 나진항을 통해 운송할 수 있게 돼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촹리 관계자는 “현재 헤이룽장 성 하얼빈에서 다롄 항까지 육로로 화물을 운송한 뒤 거기서 다시 해상으로 상하이까지 운반하면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 1만1000위안(약 180만 원)이 들지만 나진항을 통하면 8000위안 정도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나진항 관련 일련의 조치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진항 3호 부두의 49년 독점권을 러시아에 주는 등 동해 출항권을 놓고 중-러가 서로 대북 구애를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밖에 국경지역 관광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 외화벌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 시와 함경북도 회령 시 간 당일 코스가 개설됐을 뿐 아니라 자강도 만포시와 평안북도 신의주 육로 관광도 시작될 예정이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