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백일장수상작]황혼의 방황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6.03일 13:04
제8회 《인천문화재단》컵 조선족중학생사이버백일장 수상작품 감상

훈춘시제5중학교 7학년 2학급 박서림 지도교원 :량금화


얼마전의 어느날 오후 할머니께서 우리 집으로 놀러오셨다. 엎어지면 코닿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있지만 일요일에야 겨우 얼굴을 볼수 있어서 할머니는 일요일마다 우리 집에 오시군 한다.

그날도 할머니께서 들어오신지 이슥했지만 우리 식구는 자기 취미생활에 빠져 별로 반기지 않았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한창 인기가 절정으로 치닿는 《아빠, 어디가》를 보았고 어머니는 한국 오락프로인 《1박2일》을 보면서 무슨 웃긴 장면인지 킬킬 웃으시는것이 당장이라도 노트북안에 빠져 들어갈 기세였다. 우리 모녀는 할머니께서 오셨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정도로 인터넷세상에 빠져있었다.

《휴- 집에서 말할 상대가 없어 일주일동안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왔는데 여기에 와도 대화할 사람이 없구나~》

할머니께서 드디여 침묵을 깼다. 할머니의 눈에는 실망과 서글픔이 력력했다. 그제서야 미안함을 느꼈던지 어머니께서 노트북을 닫으며 할머니곁으로 다가간다.

《호호호, 어머님 하고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있습니까?》

어머니는 마지못해 대화를 시작했기에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대번에 기분이 좋아져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자기 친구는 며느리가 옥돌 침대매트를 사주었다는 둥, 요즈음 치매가 오는지 자꾸 기억이 깜박깜박 한다는 둥… 모두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이였다. 어머니께서도 별로 관심이 없이 그저 마지못해 한마디씩 응답하는듯 한다. 나는 일요일이라 해도 겨우 두시간밖에 차려지지 않는 행복한 자유시간을 떼우고 싶지 않아서 스마트폰에서 눈도 떼지 않고 내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날 이후로 할머니께서는 우리 집에 오시지 않았다. 련속 몇 일요일이 지나도 할머니께서 오시지 않자 그동안 할머니의 방문을 부담스럽게 여겼던 우리 모녀는 걱정스러운 생각에 할머니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문은 굳게 잠겨져있고 전화를 해도 할머니께서는 받지 않았다.

그제야 당황해난 우리 모녀가 여기저지 수소문해서 할머니를 찾아낸 곳은 《xx건강옥》이였다. 동네 경로원같은 곳인데 숱한 할머니들이 유치원애들처럼 빼곡히 앉아 있었고 한 젊은 남자가 앞에 나서서 개그맨처럼 할머니들을 웃기고있었다. 할머니들은 박수를 치며 소녀들처럼 깔깔 웃는것이 마치도 온 세상의 행복을 독차지한 사람들 같았다. 그속에는 우리 할머니얼굴도 보였다. 얼굴에 늘 서려있던 외로움과 적막감은 가뭇없이 사라졌고 대신 홍조가 발그레 피여 있었다. 그러건 말건 어머니는 다짜고짜 들어가서 할머니를 불러내셨다.

《어머님, 정신있습니까? 저런 사기꾼들이 년로한 로인들한테 가짜약품 불량제품들을 비싼 값에 속여판다는 소리 못들었습니까? 로인들이 귀너르게 귀신에 홀린것처럼 쓸데없는 물건을 사들인다고 신문에서도 보도했는데 어찌 어머니가 여기에 다닌단 말입니까?》

그러자 평시에 그렇게 온화하시던 할머니가 홀연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라도 한듯이 노기가 충천하여 하소연하였다.

《너희집에서 저 사람들처럼 우리 늙은이들과 재미있게 대화해주니? 허구한 날 집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우울증에 걸리거나 치매가 오기보다는 백배 낫다!》

할머니는 가출한 중학생이 반항하듯이 기어이 우리를 뿌리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동안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던 어머니가 문득 한숨을 내쉬더니 말씀하셨다.

《내 잘못도 큰것 같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드렸더라면 좋았을텐데 할머니한테 미안하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도 마음도 천근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건강옥에서 박수치며 웃고 떠들던 할머니들이 너무 불쌍했다. 우리 자식들이 할머니들과 많이 대화하고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리해하여 드리면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냈더라면 할머니들이 저렇게 속임수에 빠질수 있었을가?

오늘도 대화를 갈망하며 비싼 광고약, 다단계 판매업자들에게 리용당하고있는 수많은 우리 할머니들때문에 나는 이 밤도 잠을 못 이룬다. 할머니들이 돈을 내서라도 사고 싶은것은 어쩌면 약만이 아닌 가족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니겠는가?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33%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33%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67%
10대 0%
20대 33%
30대 33%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사진=나남뉴스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국과수에서 음주 소견을 받았음에도 무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김호중이 접촉사고를 일으키기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먼저 지난 17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연변 ‘관광의 날’ 주제활동 및 안도문화관광체육시즌 가동

연변 ‘관광의 날’ 주제활동 및 안도문화관광체육시즌 가동

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및관광국과 안도현인민정부에서 주최한 ‘중국 관광 행복한 생활’ 2024년 5.19 중국 관광의 날 연변 주제활동 및 안도현장백산문화관광체육시즌 가동식이 안도현장백산대관동문화원에서 펼쳐졌다. 가동식에서 올해 주급 ‘관광으

여러 민족 녀성들 손잡고 민족음식문화 꽃피워가다

여러 민족 녀성들 손잡고 민족음식문화 꽃피워가다

장춘조선족부녀협회 문호실 회장: 새 불꽃 더 많이 피워가기를 기대 장춘조선족부녀협회 문호실 회장(좌2)이 시버족떡을 맛보며 식자재와 제작법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있다. /정현관기자 찍음 “비빔밥을 한번 직접 비벼서 먹고 싶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그 꿈이 이루어져

흑룡강성 특색식품 생산판매련결 및 투자유치설명회 개최

흑룡강성 특색식품 생산판매련결 및 투자유치설명회 개최

5월 17일, 2024 '3품' 전국행 흑룡강성 특색식품 생산판매련결 및 투자유치설명회가 할빈에서 개최되였다. 이번 행사는 공업정보화부 2024 '3품' 전국행 계렬행사의 하나로서 흑룡강성의 특색식품과 중국식품소비대성(자치구, 직할시)이 생산판매련결을 전개하도록 촉진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