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인천문화재단》컵 조선족중학생사이버백일장 수상작품감상
글/ 연길시제10중학교 7학년 2학급 정아녕 지도교원: 김점순
우리 모녀의 아침대화는 어김없이 수자를 둘러싸고 진행된다. 《6시야. 얼른 일어나.》 나는 졸려 반쯤 감긴 눈으로 《1분만 더》하고 애원한다. 아침밥상에서도 엄마는 수자로 잔소리를 한다. 《얼른 밥 먹어. 6시 30분 뻐스를 타야 지각 안하지.》
학교에 도착하니 여전히 수자를 둘러싸고 대화가 진행된다. 《래일부터 1분이라도 지각하면 교실에 들여놓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의 엄한 목소리에 지각한 몇몇 학생들은 더럭 겁을 먹는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운동장에 뛰쳐나가 봄꽃향기나 실컷 맡으려고 준비하는데 부반장이 말한다. 《1시전까지 임무 완성해 바쳐야 한다. 못 바치는 애들 이름 적는다.》 결국 봄꽃향기를 맡아보기는커녕 화장실마저 다녀오지 못한 채 부반장이 나눠준 학습지를 풀기에 여념이 없다.
수업시간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대화도 수자를 둘러싸고 진행된다. 《이번에 우리 학급이 학년 1등을 하면 선생님이 한턱 쏘겠습니다.》 《햄버거 사주세요.》 학생들은 마치 이미 1등이라도 한듯 흥분한다.
그 수자들을 쫓기 위해 학생들은 그저 교실에서 시험지와 숙제책과 볼펜과 동무하고있다. 창밖에서 노오란 봄나비 한마리가 유혹하고 열려진 창문으로 봄바람이 유혹하고 봄꽃향기가 얼른 나오라 재촉하는데도 학생들은 거들떠 볼새도 없다. 그러는 사이 푸른 봄은 살랑살랑 도망가고있다.
드디여 하루 수업이 끝났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또다시 산더미같은 숙제를 완성해야 한다. 조금후 엄마가 과일 몇쪼각 들고 다시 들어와 끄덕끄덕 졸고있는 나의 머리를 치며 말한다. 《연변1중에 일등으로 입학한 우리 단위 주임네 애는 밤 12시까지 공부했대. 정신 차려, 성적이 안되면 1만 8천원이야.》
수자가 없는 대화가 없을가? 제발 단 하루만이라도 없을가?
며칠전 토요일은 애타게 기다리던 주말이였다. 봄철 《교장컵》축구, 배구경기를 펼치게 되여 이날만큼은 주말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학원에 가면 오늘 몇페지까지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둥 이 문제는 출제에 몇번 난 문제라는 둥 하는 학원선생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이날만큼은 수자라는 초롱에서 벗어난 새가 될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마저 수자를 둘러싼 대화만 오갈줄이야.
꼴을 몇개 넣었다느니 몇대 몇으로 이겼다느니 몇등을 하였다느니...
아, 이제 며칠후면 기중시험성적이 공포된다. 《시험 몇점이야?》, 《학년 몇등이야?》 이런 대화만 오갈것이 불보듯 뻔하다.
수자에 엉킨 대화는 우리들의 초롱초롱한 눈에 도수높은 근시안경을 걸게 하였고 우리들의 해맑은 표정에 어둠이 깃들게 하였고 우리들의 랑랑한 목소리가 시들게 하였다. 이런 수자대화로 인해 어린 우리 학생들을 고독하게 만들고 친화력이 떨어지게 하는 세상, 그 못난 경쟁때문에, 그 기어이 이겨야한다는 욕심때문에...
그 수자라는 덫에 깔린 우리는 지금 푸르른 봄마저 흔상할 시간조차 없다.
단 한번만이라도 수자가 들어가지 않은 이런 대화를 나눌수가 없을가?
《우리 같이 운동장에 나가 봄구경하자꾸나》
《그래 봄향기에 실컷 도취되여보자꾸나.》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