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기관 절반은 신흥국, 절반은 선진국 평가
- 해외 IB들 "한국은 여타 신흥국과 달리 봐야"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가 한국 증시를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예비후보에서도 삭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지만, 실제 주요 기관들 절반은 한국을 선진시장 범주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이 신흥시장과는 다르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한국이 이머징 꼬리표를 떼고 점차 선진시장으로 진입하는 단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8개 기관 중 절반은 아직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고 절반은 선진시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 기관은 MSCI를 비롯해 이코노미스트, 러셀, 컬럼비아대학교의 이머징마켓 글로벌플레이어(EMGP)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스탠다드앤푸어스(S&P),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다우존스에서는 한국을 선진시장 범주에 두고 있다.
해외 주요 12개 IB는 대부분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다른 신흥시장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1년에 이미 한국이 신흥시장 단계를 넘었다고 평가했고, 노무라 역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다른 신흥국과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BNP파리바도 한국을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재정건전성이 가장 양호한데다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축적 등으로 봤을 때 선진시장에 가깝다는 것.
정량지표로 봐도 한국 시장을 신흥시장이라고 보긴 아깝다는 평가다. 한국 주식시장 규모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2위로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1.94%를 차지하고 있다. MSCI 선진지수에 속한 23개국 중 13개 시장보다 덩치가 크다.
유동성도 풍부해 아시아 국가 중 일본, 중국 선전과 상해, 홍콩에 이어 4위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14개사가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국은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신흥시장과는 다소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을 때만 해도 한국 증시는 다른 신흥시장과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신흥국발 우려가 여러차례 확대됐을 때 한국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 주식시장이 안전자산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다.
이처럼 외견상 선진시장에 가깝지만 일부 기관에서 신흥시장으로 남겨둔 것은 외환시장에서의 제약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MSC가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편입 걸림돌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24시간 환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형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선진시장에 진입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화의 자유로운 환전이 뒷받침된다면 MSCI 선진지수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져 향후 완전한 선진시장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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