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는 물건과 남아도는 인력. 그리고 과도한 공급으로 성장이 정체되는 시대.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문제는 '공급과잉'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된다.
사람과 상품, 돈, 에너지의 과도한 공급이 문제다. 필요 이상의 돈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세계적으로 돈의 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OECD와 BRICs의 통화공급량만 합쳐도 전 세계 GDP를 웃돈다. 계기는 2008년 리먼 사태다.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주요 선진국 은행들이 앞다퉈 양적 완화를 실시했다. 중요한 건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종료하였는데도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물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저출산 고령화로 수요가 급감한 것도 문제지만, 상품의 과잉이 구조적인 문제다.
물건이 남아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경제가 나빠지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신흥국들은 성장을 위해 물건을 찍어내고 있다. 이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을 탑재한다. 이는 그러지 않아도 과잉인 수급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연유한 것이다. 국내에 공급과잉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공급이 과잉인 상태에서 예전처럼 생산력 향상을 통한 개혁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 수요를 진작시키는 제도도 한계가 있다. 이에 저자 나카지마 아쓰시는 '완전히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경제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의 중심이 '물건'에서 '서비스'로 옮아간 것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일본이 '패자'는 아니지만 '완전한 승자'도 아니라고 결론 내린다.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과잉의 시대, 남아도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일본은 방어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김연주 기자]
출처: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