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약 350만명이 패스트푸드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일자리는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 고된 노동의 상징인 ‘맥잡’(McJobs)으로 불린다.
비록 나쁜 일자리라고 하더라도 맥잡은 지금까지 자동화의 물결에서 안전지대에 속했다.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기 보다 저임금 노동력을 쓰는 것이 비용이 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맥잡도 사라지는 시대가 왔다.
르몽드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신생 기업 ‘모멘텀 머신’(Momentum Machines)이 몇 초 만에 햄버거를 만들어 포장까지 마칠 수 있는 로봇인 ‘버거봇’(BurgerBot)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모멘텀 머신의 직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전기차 제조사인 태슬라 출신들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버거봇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버거봇이 “인간 요리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버거봇은 실제 사람과 흡사한 휴머노이드는 아니다. 햄버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장치들을 조합한 가로 세로 약 3m의 자동화 기기일 뿐이다. 버거봇은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신선한 상태로 보관된 고기와 절인 오이, 토마토 등 야채를 꺼내 잘게 다듬는다. 햄버거는 장치 안에 있는 급속 오븐에서 고객의 취향에 따라 요리되어 나온다.
버거봇의 등장은 미국에서 ‘맥잡’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와 맞물렸다. 최근 미국에서는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체인점 직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간당 평균 400개의 햄버거를 생산해내는 버거봇이 도입될 경우 이들 중 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모멘텀 머신은 아직 버거봇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상용화할 경우 1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모멘텀 머신은 버거봇의 차기 기종에 햄버거 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제 버거를 만드는 기능을 더할 계획이다. 모멘텀 머신 측은 햄버거 생산의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중기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음식 생산에 자동화 물결이 몰려오는 것과 반대로 부유층이 자주 찾는 고급 식당에서는 오히려 공업화된 요리 재료들이 추방되고 있다. 르몽드는 명망있는 요리사들이 공장에서 생산된 케첩을 쓰는 대신 전통 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만든 케첩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