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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色 완연한 무란웨이창에서 맡는 중년의 향기

[온바오] | 발행시간: 2014.10.03일 23:33

가을이다. 매년 반복되는 사계절 중의 한 부분이지만, 가을하면 역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 거리는 여행의 의미란 무엇일까?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이며 그들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 여행에 대해 고금을 통해 전해져 오는 그럴싸한 몇 마디를 인용해 본다.

"여행을 통해 인간은 겸손해 진다.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절실히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 플로베르

"이 세상은 책이다.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한 페이지 만을 계속 보는 사람과 같다" - 성아우구스트

"산다는 것은 어쩌면 긴 여행이 아닐까? 잠시 머물다 돌아가야 하는 유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 슬프고 아름다운 여행길, 슬퍼라 인생이여! " - 무명인

"어두운 들녘에 나가 혼자 서 보라, 달빛과 별이 왜 홀로 스스로 빛나는지 생각해 보라" -채근담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는 것이다" -무명인

"진정한 여행자는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해 진다" -앤드류 매튜스

"나는 여행을 위해서 여행한다, 중요한 것은 이동하는 것이다" - 스티븐슨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 날 수 있다" - 헤르만헷세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위에 인용한 여행에 관한 글들은 비교적 내 입맛에 동하는 글귀만을 모아 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여행을 하면서, 점점 방랑의 길에 가까워 지는 내 마음에 딱 와 닿은 글귀는 돌아가신 법정 스님이 인용하신 중국의 여행가 雲水野人 屠隆의 여행기 '명료자유 冥寮子遊"에 대한 재해석이다.

즉 여행을 어떻게 떠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행은, 즉 나그네 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혼자서 홀가분하게 나서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단 하루가 됐든 이틀이 됐든 일상적인 관계의 끄나풀에서 벗어나 자신의 그림자만을 데리고 훨훨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형편이 그러지 못할 때는 동반자가 필요한데 그 동반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취향과 기질이 같지 않은 동반자와 함께 하게 되면, 모처럼 떠나온 나그네 길임에도 날개를 펴보지 못한 채 무거운 갈등의 짐만 잔뜩 짊어지고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옛 성인이 말씀하셨듯이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애매한 사람과 길벗이 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는 "표주박 하나에 옷 한 벌로 가고 싶은 곳은 아무데나 가고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문다. 어느 곳에서 자더라도 주인의 일은 일체 묻지 않고, 그곳을 떠나더라도 내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추위 속에 떠나도 외롭지 않고, 시끄러운 무리 속에 섞여도 그 때문에 내 마음도 물들지 않는다. 그러니 내 방랑의 뜻은 단순한 떠돌이가 아니라 도를 배우려고 하는데 있다. " 라고 설파 하셨다. 일반인이야 여행에서 진정한 도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맛이 깊은 청국장을 직접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먹어 볼 수는 있지 않겠는가?

9월 20일 토요일에 김동진 대표님, 박진성 박사와 함께 작년 10월 중순에 찾았던 허베이성 청더시에 위치한 ‘무란웨이창’의 기계삼림공원을 다시 찾았다. 작년에는 주변의 조언이 10월 중순이면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지인 그곳에 단풍은 지고 초겨울의 삭막함만이 잔재할 것이라는 사전 정보로 기대하지 않고 찾았던 그곳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형형색색의 완연한 단풍, 삼림 바닥에 노랗게 쌓인 삼엽수 잎새, 가을비가 내린 후 흩뿌린 첫눈의 반가움, 눈비 개인 다음 날 아침의 찬연한 눈 그림자와 물안개, 그리고 눈부신 만추의 햇살의 조화가 가히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기분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보석을 따내는 '望外所得'의 결정판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다시 가보자는 김대표의 제안은 사실 내 맘에는 들지 않았다. 우연히 들른 꿈속의 절경이 어떻게 다시 재현되겠는가? 그러나 김대표는 최근 더욱 농후해진 출사의 경험이 작년의 못다 이룬 절경을 보충하겠다는 집념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그냥 차 타고 베이징을 벗어나서 어디론가 떠난다는 그 자체가 즐거움의 한 자락이지 않겠는가?

베이징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청더(承德)로 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한 여행길은 너무나 순조롭다.

최근 중국 정부는 주요한 금융 위기 때마다 사회 간접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도로는 참 잘 뚫려있다. 이 넓은 길에 차량 몇 대만이 쌩쌩 달리는 시원함과 편안함이 졸음으로 인도하지만, 사실 여행은 차를 멋있게 타고 목적지에 쉽게 도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 자, 국도로 가자, 가는 길에 만개한 코스모스와 이제 갓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운치라도 느껴보자, 그리고 길가의 주막에서 점심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 그렇다, 본격적으로 국도로 접어들고 길가의 허름한 주막집에서 간단한 요리 두 가지와 백주 한잔, 3명이 먹은 식대가 96인민폐, 온몸에 가을의 청량한 기운이 백주의 따뜻함으로 나른해 져 오는 기분 좋은 오후다.

그런데 호사다마인가? 아침부터 순조롭게 출발하고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무란웨이창, 기계삼림공원에는 쉽게 도달하였지만, 공원 입구에서 갑자기 내부 도로 수리로 인해 공원 안 진입이 폐쇄되었다.

눈치 빠른 현지인은 나쁜 소식을 마치 희소식이라도 되는 양, 소식을 전해 주면서 우회 도로 안내에 200위안을 제시한다. 왠지 아깝다. 묻고 물어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반 여행 운전자들과 함께 돌고 돌아서 어언 4시경에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도착하여 작년의 그곳을 답사하였지만, 도로 수리로 아예 접근 할 수도 없다. 참 옛말이 틀린 게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라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흰 눈이라도 올 시점은 멀어 보이고, 주변의 단풍 색깔은 미약하고, 멋져 보이던 그곳은 갈 길이 없고… 별 수없이 해질 무렵에 불쑥 길가의 안내판을 따라 '太陽湖' 호수를 찾았다. 그곳에는 중국의 십 여명의 사진 전문가들이 마치 개막식의 멋진 장면을 기다리듯 해가 지는 석양을 마음껏 찍어 대고 있었다.

호수 위로는 빨간 태양이 저물고 있고, 태양만 보여 주기에는 사진가들에게 미안 한 듯 태양을 감싼 기러기 구름이 언뜻 선뜻 붉은 태양을 가려 줘서 출사에는 금상첨화다. 김대표님의 얼굴 표정이 진지하다. 일생의 역작이 이곳에서 나올 것 같다나…

우연히 찾은 그곳에 김대표가 상기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곳을 가 보자고 하였는지 몇 번이고 되묻는다.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되어 있고, 안 될 일은 아무리 해도 안 되게 돼 있다"라고 한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의 도민준 대사를 읊조렸다.

그리고 여행의 경험 중, 사실 몰랐던 곳에 비경이 숨어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는가? 세상의 모든 것을 어찌 한꺼번에 볼 필요가 있는가? 그냥 발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가다 보면, 그곳이 절경 아니겠는가?

무란웨이창의 밤은 쌀쌀하다. 영상 5도에서 7도 사이 곁 옷을 끼워 입고, 양고기와 백주 한잔, 그리고 흐르는 시간을 곱 씹어 가며 하룻밤을 보낸다.

아침 5시에 기상하여 일출 장면을 출사하려고 초원의 봉우리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벌써 서리가 내려 아침 기온이 쌀쌀 하다 못해 몸이 오그라진다. 이럴 땐 백주 한잔에 밤새 서리의 찬 기운으로 서걱서걱 해진 대추 안주가 일품이다.

떠오르는 태양의 웅장한 모습과, 호수의 주변을 따라 피어 오르는 물안개의 조화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떠오르게 하는 한 폭의 동양화다. 찍고 찍어 대며 사진이 주인공인지 내가 주인공인지 모를 식전 아침의 출사는 정신 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거나하게 취한 백주 기분으로 아침 추위는 사라지고, 호숫가를 따라 깊어 가는 가을 빛을 감상하는 즐거움 또한 백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던 길을 우회하여 이미 추수가 끝난 몽고 초원을 돌고 돌아서 북경으로 귀경이다.

사실 생각했던 만큼의 화려한 가을의 경치는 없었지만, 몇 가지 불현듯 체험한 망외 소득의 절경은 또 다른 여행의 기쁨이다. 역시 예상치 못한 소득은 우리를 항시 들뜨게 하는가 보다.

이렇게 2014년 무란웨이창의 가을 여행은 선명하고 화려한 일몰과 일출, 그리고 호수면 언저리에 뿌옇게 피어나는 물안개의 유현(幽玄)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무리 되었다.

참, 열심히 운전해 주시고 현지 주민과의 대화, 그리고 요리의 진수를 선사한 박진성 박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jgkim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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