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낮은 수준의 문제를 풀어보자. 중국의 중앙은행은 어디일까. 우리의 한국은행을 연상하여 중국은행이라고 답하면 틀린 것이다. 중국은행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상업은행 중 하나이고 중앙은행은 중국인민은행이다. 은행과 관련하여 조금 수준 있는 문제로 화제를 옮겨보자. 중국의 5대 은행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을 정도로 규모면에서 리더급인 교통은행(交通銀行)이 있는데 영어로 어떻게 표시할까? 기업이 신용장을 받거나 외환송금 문제를 언급할 때 영어로 쓰기 때문에 중국과 무역을 한다면 반드시 알아 둬야 한다. 교통을 염두에 두고 Traffic이나 Transportation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은행의 공식 영어명칭은 Bank of Communications로 일반적으로 짐작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교통(交通)이 소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내 회사 이름과 관련하여 다른 문제를 짚어보자. 중요한 사실은 이름만 보면 어느 정도 회사의 신용도나 규모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농담 삼아 우리의 인구 수 만큼 중국에는 기업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데 특정 회사에 대해 이름만 보고 무역이나 투자 파트너 선정에 필요한 초보적인 신용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비법은 비즈니스 상대에게서 받은 명함에서 출발한다. 개혁개방 이후에 중국에는 여러 종류의 회사가 존재하게 되는데 모든 기업은 관할 공상행정관리국(工商行政管理局)에 등록하고 우리의 등기권리증에 해당하는 영업집조(营业执照)를 받아야 기업으로서 실질적(법적)인 실체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기업 명칭에는 대개 소재한 지역 이름이 맨 앞에 나오고 업종, 업무 특징, 조직 형태 등의 순으로 정해진다. 회사 이름 맨 앞에 북경과 상해와 같은 지역명칭이 아니라 중국(中國), 중화(中華), 국제(國際) 등의 명칭이 들어갔다면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해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런 명칭은 국무원(총리실)이나 중앙부처 등 관련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규모나 위상이 상당하면서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기업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수출입을 하는 기업이라면 각 지방별로 자회사를 갖고 매출액도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현실적으로 이런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회사 규모가 별로라고 생각하면 영업집조와 무관하게 사용하는 과대포장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한 회사 명칭에 경제유한공사(經濟有限公司)나 상무유한공사(商貿有限公司)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회사는 자본금 규모가 약 10만 위안 이하의 비교적 작은 규모로 추정할 수 있고 유한책임공사(有限責任公司)라는 활자가 보인다면 업태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개 자본금이 10만 위안에서 50만 위안인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중국 파트너를 만나면 가장 흔한 경우가 유한책임공사이다. 기업의 명칭에 집단공사(集團公司)라는 글자가 있으면 이는 우리의 그룹에 해당되며 대부분 그 밑에 자회사인 분공사(分公司)를 두고 있다. 집단공사는 자본금, 매출액, 종업원 규모 등에서 우리의 그것을 초월하여 재정적인 신용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공고공사(控股公司)라는 글자가 있으면 이는 지주 회사를 의미하며 고분공사(股份公司)로 표기되어 있다면 자본금이 우리 돈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대형 회사(주식회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제대로 된 지주회사와 주식회사는 매우 신뢰할 만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명함에 나타난 회사명은 상대를 파악하는 중요한 참고자료이지만 원칙에 맞게 정확하게 작성되었다는 것을 전제할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얼마든지 사실과 다르게 명함에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재지 공상행정관리국에서 영업집조를 발급받아 자본금, 영업범위, 설립일, 대표자 등을 통해 진짜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계약을 체결하고 무역결제 대금을 외상으로 받기로 약속했다면 신용조사를 실시하고 무역보험에 가입하는 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하다. 최근 중국 비즈니스의 핵심이 리스크 관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FTA통상실 실장(choi@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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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과 ’중국비즈니스 체크포인트’ 저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북경지부 근무, 중국대외경제역무역대학 연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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