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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을 가요계서 퇴출시킬 권리, 당신에게 있을까

[기타] | 발행시간: 2014.11.11일 13:35
[오마이뉴스 윤광은 기자]

▲ 지난 2011년 가수 MC몽이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기피 혐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한 주 대한민국 연예가는 '물의'와 '자숙'의 왕국이었다. 불법 도박을 한 방송인 붐이 '회초리 퍼포먼스'로 돌아왔고, 노홍철은 음주운전 적발로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병역기피 논란 이후 5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온 MC몽과 그의 새 앨범이 인터넷을 휩쓸었다.

저들의 행각이 잘못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MC몽 앨범 이름은 < MISS ME OR DISS ME >다. '그리워하거나 비난하거나' 하라고 해서 비난한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잘못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들을 옹호할 마음도 없고, 차고 넘치는 비판을 더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좀 다른 얘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들을 향해 투하되는 여론의 폭격 틈으로 연예인에 관한 상투적 인식 두 가지가 부상하는 게 보인다. 그 대목에 보편적 논의의 가교를 놓으려 한다. 한국은 연예인의 사소한 일탈에도 부리나케 촉수를 곤두세우는 사회다. 연예인의 적확한 정체성과 대중과의 관계를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실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연예인 비판, 어디까지가 '고객'의 권리인가

'연예인은 대중이 있기에 존재한다. 대중에겐 비판할 권리가 있다.' 이 주장을 명료하게 풀면 '연예 산업은 대중의 호불호에 의해 성립한다. 그 시장 논리엔 처음부터 싫어할 권리도 내장되어 있다' 쯤이 될 거다.

옳은 말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J. 부어스틴이 말했듯, 연예산업은 '이미지와 환상'을 파는 산업이요, 연예인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연예인은 '인기'라는 허공의 구름을 밟고 선 별이다. 그 인기의 원천은 전적으로 대중의 취향 판단이다.

아시다시피 취향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MC몽 보기 싫어!"라는 사람에게 "나는 상관없는데?"라고 대꾸하는 것 말고 무슨 뾰족한 반론을 할 수 있을까. 인터넷 언론 <미디어스> 기사 < MC몽을 '싫어할 권리'와 '공격할 권리'는 다른 것이다 >에서 지적되었듯, 이것은 논리에 달린 일이 아니다.

흔히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자숙기간을 말하곤 하는데, 이 자숙기간이란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를 해서 누가 대표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잖은가? MC몽이 복귀했을 때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면 아직 자숙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단 말이다.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며 컴백을 미루거나, 그 눈총을 감수하고 컴백을 결정하거나, 지금처럼 노이즈 마케팅의 지렛대를 댈 수도 있다. MC몽 자신이 책임지거나 선택할 일이다.

그런데 대중의 권력은 과연 무진장할까? 시장 산업이란 속성에 주목해 유비를 거쳐 가보자. 따지고 보면 영역을 막론한 대부분의 시장 산업은 '대중'이 먹여 살린다. 기업과 제품 이미지가 아주 중요한 것도 매한가지다.

소비자 눈치를 보며 '고객 감동'에 노심초사하는 경향은 연예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이 더 클 테다. 만약 제품과 서비스에 하자가 있다면 고객은 비판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고객 센터에 전화해 따질 수 있는 것은 제품 품질이지, 상담원 인격이 아니다. 감정 노동자 학대가 사회적 문제일뿐더러, '소비자 권리'를 남용하면 '갑질'이란 것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며느리도 안다.

연예 산업은 연예인의 재능과 신체, 이미지를 파는 복잡하고 특별한 산업이다. 여기서 제품의 품질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소비자가 정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므로 담론이 오도되고 심판이 기승을 부리지만, 적어도 대중이란 이름이 암행어사 마패가 아니란 사실은 짐작할 수 있다. 판매자에게 불만이 있을 때 항의하는 수단은 '불매'이지 '심판'과 '퇴출'은 아니다.

물론 때에 따라 기업 퇴출까지 선동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 윤리에 결정적 하자가 있을 때 동원하는 최후의 수단일 터인데, 연예 산업에선 지극히 남발되고 있다. (소싯적 인터넷 다이어리에 대한민국 욕 좀 썼다고 을사오적 앞잡이 마냥 쫓겨난 2PM 박재범을 떠올려보자) 여론의 손아귀가 산업 종사자 허파를 무자비하게 거머쥔 산업 특수성을 학습한 '갑질'이다.

▲ 아이유 2집 앨범 "Last Fantasy" 아이유는 2012년 11월 사생활 사진이 유출되는 '셀카' 사건이 터지면서 전방위적 타격을 입었다. 이후 1년이 지나서야 3집 앨범 < Modern Times >로 복귀했다.

ⓒ 로엔 엔터테이먼트

사생활 사진이 유출되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가수 아이유의 경우를 상기해보자. 아이유가 팬들에게 판매한 주력 상품은 노래와 연기, 예능이다. "가수는 노래로 판단하라"거나 "연예인의 재능을 귀하게 여겨야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연예인의 직업 활동 자체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 다만 연예 산업은 이미지와 환상 위에 우뚝 선 마천루다. 대중과 연예인이 합의한 '이미지'의 역할놀이에 복무하며 수익을 뽑아 먹는데, 그 이미지가 불시에 허물어지며 왕왕 사달이 일어난다.

한층 복잡한 것은 연예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사적 순간을 공유하는 환상'을 파는 전략이 본격화하였단 점이다.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논점이 아니지만, 그것이 가공한 사생활의 편린이거나 사생활에 관한 환상일 뿐이지, 사생활 자체가 아니란 사실은 엄연하다. 아이유나 소녀시대 태연의 이성교제와 사생활 사진에 길길이 날뛰며 욕을 퍼붓는 것은 과연 '고객의 권리'일까?

'공인인 연예인을 향한 대중의 비판은 언제나 옳다'?

연예인이 공인인지 여부는 38선 긋듯 가로지르기 어렵다. 한국 대중과 언론은 대체로 연예인을 공인이라 규정하는 성향이 있다. 법리적 판단과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근거로 앞세운다.

한국에는 연예인을 공인이라 판단한 몇몇 판례가 있다. 미국에서 발전한 '공인 이론'은 유명세에 따라 연예인을 전면적 공적 인물(public figure) 또는 제한적 공적 인물로 정리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정치인과 같은 공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인 이론은 명예 훼손과 표현의 자유의 긴장 관계를 다스릴 목적으로 고안된 개념이라 한다. 연예인을 공적 인물이라 규정하는 이유는 스스로 공중 앞에 나선 인물이니 명예훼손 소지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과 명예훼손에 대항하여 입장을 알릴 수 있는 매체 접근권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사전적 정의상 공인(公人)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판례도 처음에는 공무원(public official)만을 '공인'으로 다루었다 한다. 공인 이론도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은 public figure와 다른 층위로 분류한다.) 공동체 이익에 직결된 커다란 권한과 책임을 지기에 도덕적 투명함이 중요하며 그를 검증할 까닭이 있고, 무거운 공적 사명감을 달게 걸머져야 한다.

연예인은 법률을 입법하지도, 정책을 집행하지도, 나라 살림을 주무르지도 않는다. 설사 연예인을 공인이라 규정한들, 공인이라고 다 같은 공인은 아니고, 공인에도 층과 결이 있으므로 획일적 잣대를 휘두르는 건 부조리하다. 공인에게도 침범할 수 없는 내밀한 사적 영역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익과 완전히 무관한 연예인 사생활이 왜 '알 권리'란 말인가? 차라리 '기레기'들이 '먹고 살 권리'라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은가?

확실히 연예인에겐 사회적 영향력과 발언권이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을 절대화하며 과대평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아이돌은 청소년의 롤 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다른 한편 루머나 퍼트리며 키득거리고 '꿀벅지'에 껄떡거리는 '인간 소비재'에 불과하단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그 영향력은 현실에서 가치판단의 준거라기보다 문화적 트렌드로 소비되는 경향이 크다. 클라라가 얼룩말 레깅스를 입고 시구를 한다면 동대문 '신상수요'가 출렁거리지만, 클라라가 방송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정직함에 대한 가치 판단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사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을 칭하는 적실한 개념어는 따로 있다. '유명인', '셀러브리티'. 이를테면, 패리스 힐튼과 킴 카다시안에겐 분명 '사회적 영향력'이 있겠으나, 버락 오마바와 똑같은 의미의 공인일까? 아니면 클라라가 방송에서 뱉은 '거짓말'을 정치인 공약 불이행에 분노하는 열정으로 추궁해야 할까?

널리 이름이 알려진 국민의 한 사람이 병역을 회피하는 것과 국민을 대표하며 병역을 관장하는 사람이 병역을 회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자도 비판해야겠으나 후자야말로 강력하게 비판할 사안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의 도덕성을 싸잡을 수 없는 이유다.

연예인이 공적 의무와 법률을 거슬렀다면 여론의 힐난을 막아주기 궁색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 누구나 이행할 의무를 회피했고, 남들보다 가혹하게 비판받는 이유는 남들보다 유명하단 것 정도겠으나, 그 눈에 띄는 자리로 돌아가려 선택한 건 MC몽 자신이니까. 그러나 그를 공인의 반열에 모셔놓고 온갖 비판을 정당화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연예인의 공적 영역 밖의 사소한 일탈, 개인적 언행과 가치관은 참견할 근거가 박약하다. 이것이야말로 취향과 성향의 엇갈림임에 가까우므로, 정 그렇게 불만스럽다면 더는 그 연예인을 소비하지 않으면 된다. 나아가 대중 앞에 담장을 쌓은 사생활은 소비할 수 없는 '인격'으로 존중해야 한다.

시장 퇴출이란 '정의의 심판'이 정당한 것은 차라리 콘텐츠 표절이나 노동 착취 같은 직업윤리의 하자가 아닐까? 우리가 MC몽 사태를 통해 이 정도 합의점만 모색해도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리라 믿는다.

연예 산업은 옷과 휴대폰이 아니라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판다. 시시비비가 명확하지 않고, 정답을 말하기도 어렵지만, 이런 논의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도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첩경이다.

연예가 스캔들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손쉽게 뒤섞이는 광장이다.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으로 오인될 때 공적인 것에 투여할 열정이 낭비되고, 정말로 공적인 것은 사적인 것 뒤로 숨어 버린다. 심판과 퇴출이란 극단적 도덕률이 기승을 부리며 사회의 공론적 지성을 강퍅하게 길들일 염려도 있다.

무엇보다 연예 산업은 현대 사회를 떠받치는 두터운 기둥이다. 그 산업에 종사하는 연예인 숫자만도 헤아리기 어렵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사람은 누구나 돌에 맞으면 아프고 다친다. 악플에 맞아 죽은 연예인을 아직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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