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과학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우주여행의 지름길, 웜홀(worm hole)

[기타] | 발행시간: 2014.12.02일 09:36

영화 ‘인터스텔라’가 폭발적 흥행 몰이를 하면서 웜홀(worm hole)이나 블랙홀(black hole), 상대성이론과 같은 물리학 용어들이 주인공 이름보다 흔하게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인터스텔라’의 쿠퍼(매튜 맥커너헤이) 이전에 그가 있었다, ‘도민준’!

지난해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은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으로 조선시대부터 수 백 년을 이 땅에 살고, 다시 돌아갈 시점에도 혜성으로 위장한 우주선을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한다. 비극으로 끝날 뻔 했던 드라마는 도민준이 구닥다리 ‘기계’ 우주선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별을 오갈 수 있는 ‘통로’를 찾아내 돌아오는 걸로 마무리된다. 드라마 속에서 명확하게 표현되진 않았지만 그 통로는 아마 ‘웜홀’일 것이다.

‘인터스텔라’ 이전에도 웜홀은 SF영화나 소설에서 우주여행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칼 세이건의 과학 소설 <콘택트>와 그를 바탕으로 한 조디 포스터 주연 동명의 영화다.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가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는 방식은 바로 웜홀을 통한 시간 여행이었다. 그 밖에도 SF소설의 고전이자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결말 부분에도 주인공을 태운 캡슐이 웜홀을 통과한다. ‘스타트랙’, ‘스타게이트’, ‘바빌론5’와 같은 우주 공간을 다룬 SF영화나 드라마에서 웜홀은 우주 공간에서의 이동을 위한 필수 장치다.

웜홀(wormhole)은 공간에 나 있는 가상의 터널을 칭하는 용어다. 요즘은 드물지만, 예전에는 겉은 멀쩡한데 속에 벌레 구멍이 난 사과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치 인간이 산에 뚫은 터널처럼 벌레가 사과 속을 파먹으며 지나간 자국, 웜홀이란 이름은 거기서 나왔다. 공간을 뚫어 만든 일종의 지름길인 셈이다. 하지만 웜홀은 사과 벌레 구멍이나 산에 뚫은 터널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웜홀은 멀리 떨어진 두 공간에 중력을 가해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어 공간상의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연결해주는 지름길이다. 이때 웜홀의 입구와 출구의 양쪽 끝만 기존 공간에 연결되어 있고 통로가 되는 중간 지점은 ‘다른’ 공간에 속해 있게 된다. 웜홀은 기존의 공간을 통과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웜홀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육안으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웜홀이 제거되고 나면 웜홀이 점유하고 있던 공간도 사라진다.

우주여행을 위해서 왜 웜홀, 그러니까 지름길이 필요한 걸까? 우주 공간의 장대함은 상상을 벗어난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도 38만 km, 태양은 1억 5천만 km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깝다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200만 광년 거리다. 빛의 속도로 갈 때 200만 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현재 가장 빠른 우주 탐사선의 속도는 시속 6만 km 정도. 우주선 탑승자가 냉동 상태로 이동한다고 해도 수 십 만 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겠는가. 만에 하나 왕복 여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돌아왔을 때 지구의 문명이 어떠하리란 보장이 없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그러하듯 인간의 문명은 이미 붕괴하고 다른 생명체가 그 자리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성간 여행을 꿈꿀 때 웜홀과 같은 지름길이 필요하다. 웜홀 같은 구조의 우주 지름길이 존재한다면 25 광년 떨어진 베가성까지 8시간 만에도 왕복할 수 있다.

웜홀은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존 A 휠러가 이름 붙인 것인데, 물리학자 킵손(Kip Steven Thorne) 박사가 ‘웜홀, 타임머신 그리고 약에너지 조건’, ‘시공간의 웜홀과 성간 여행에서의 유용성’과 같은 논문을 통해 웜홀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부각됐다.

웜홀의 존재 가능성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주위의 시공간이 중력으로 굽어지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이론은 블랙홀의 존재를 예언했고, 이후 이론의 발전과 간접적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웜홀에 대한 이론이 서게 된 것이다.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은 가능할까? 현재 웜홀은 수학적으로만 존재한다. 또 웜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지속 시간의 문제, 안정성 문제 등 우주여행 통로로 사용하기에 적합지 않을 수 있다. 또 어떤 방식으로 통과할 수 있으며, 굽어진 공간을 통과할 때의 중력을 견딜 수 있는가 등도 문제다. 물론 웜홀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상황을 예상해 보는 것은 모두 덧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 밖, 우주를 꿈꾸는 것은 인간에겐 제어할 수 없는 꿈이 아닌가.

올해는 민간 우주여행의 원년이 되리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민간 우주 비즈니스 회사 미국 오비탈사이언스의 화물 우주선이 발사 6초 만에 폭발한 사고와 영국 버진그룹이 추진하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2가 모하비 사막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장밋빛 전망은 흐려지고 있다.

우주에 가고 싶은 꿈만큼 여건이 준비되진 않은 것이다. 영화 ‘그래비티’가 보여준 것처럼 지구 밖에서 인간은 옷 하나 없이 정글에 던져진 아이처럼 무기력하다.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을 꿈꾼다. 별에서 그대가 오기를, 또 우리가 별로 간 그대가 되기를. 웜홀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며 언제든 내키는 대로 수십만 광년의 거리를 한달음에 왔다 갔다 하는 인간을 말이다.

[글·그림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 제공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매일경제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사진=나남뉴스 배우 고현정이 신세계 회장 정용진과의 신혼 생활을 최초로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고현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현정'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브이로그를 올리며 신혼 생활을 회상했다. 영상 속 고현정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바쁘게

"그렇게 아니라더니" 엑소 백현, MC몽 회사 첸백시 '전격 합류' 충격

"그렇게 아니라더니" 엑소 백현, MC몽 회사 첸백시 '전격 합류' 충격

사진=나남뉴스 그룹 엑소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 결국 MC몽이 설립한 회사에 합류하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백현은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 속에서 가수 MC몽과의 관계 문제가 제기되자, 결단코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지난 16일 원헌드

지력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

지력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

취미유희 운동회 한장면 5월19일 34번째 전국 장애자 돕기의 날(매년 5월의 세번째 일요일)을 맞이해 연변지력장애자협회에서는 15일부터 16일까지 연길 오렌지호텔에서 기념행사를 벌였다. 올해의 장애자 돕기 행사는 ‘과학기술로 행복을 함께 누리자’를 주제로, 15일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