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인기가 전작을 뛰어 넘는 모양새다. 30%가 넘는 시청률로 인기에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것. 특히 이 드라마는 지난 14일 방송에서 37.9%라는 높은 시청률로 40%의 문을 두드렸다. KBS 주말드라마는 종종 시간대가 가진 이점으로 인해 ‘넘사벽’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지만, 40%에 육박하는 수치는 ‘역대급’의 흥행작들만이 가능한 성적이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왕가네 식구들’이 자체최고시청률 48.3%로 50%에 가까운 기록을 냈고, ‘내 딸 서영이’가 자체최고시청률 41.3%로 40%의 벽을 넘었다.
주말극 뿐 아니라 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처럼 주부 시청자가 많은 연속극류에는 흔히 ‘막장’이라 부르는 요소들이 있게 마련이다. ‘욕 하면서 본다’는 말이 익숙할 만큼, 막장드라마가 가진 이상한(?) 매력은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끌어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왕가네 식구들’은 다소 과장되고 극단적인 캐릭터들과 ‘며느리 오디션’ 같이 비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이름표를 내내 달고 있었지만, 그만큼 시청률도 ‘레전드급’을 기록했다. MBC ‘왔다! 장보리’ 역시 부모-자식을 몰라보는 비정상적인 희대의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의 등장으로 신드롬을 만들었다.
반면, 착한 드라마들은 ‘무공해 청정극’으로 분류돼 칭찬을 받지만, 시청률에서는 그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고는 한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전작 ‘참 좋은 시절’이 그러한 케이스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이 ‘참 좋은 시절’을 애청했지만, 이 드라마는 끝내 2회에서 기록했던 자체최고시청률 30.3%를 뛰어넘지 못한 채 20% 중반대의 기록으로 아쉬운 성적을 냈다.
그런 면에서 ‘가족끼리 왜 이래’가 이뤄가고 있는 결과들은 괄목할 만 하다. 특히 어느 정도의 시청률이 보장된, 막장극 요소가 없는 가족드라마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주인공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그가 홀몸으로 키운 세 남매의 이야기다. 자신에게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자식들을 대상으로 ‘불효 소송’을 진행한다는 스토리가 주축을 이루는 이 드라마에는 그다지 튀는 설정이 없다. (아직까지는) 출생의 비밀이 없으며, 똑 부러지게 악녀나 악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극단적인 캐릭터가 없는 만큼, 인물들 제각각의 인간미와 개성이 살아있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자녀들을 극진히 사랑하다가도, 작은 일에 울컥하는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부터 얄미운 여우 장모 허양금(견미리 분), 불효자에서 효자로 환골탈태한 ‘차도남’ 차강재(윤박 분)까지 어느 하나 극단적으로 그려진 인물이 없다.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욕망과 동기, 캐릭터가 분명하며, 그로 인해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이런 캐릭터들이 부딪혀 벌이는 ‘코미디’도 ‘가족끼리 왜 이래’가 가진 장점이다. 아버지의 시한부 판정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룸에도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하다.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 커플 문태주(김상경 분)-차강심(김현주 분)은 입에 딱딱 달라붙는 찰진 대사와 연기로 드라마의 초반 흥행을 이끌었다. 자녀들의 무관심에 분노하는 ‘다혈질’ 차순봉의 모습이나 눈치 없이 부잣집 공주님 티를 내는 권효진(손담비 분)의 모습도 종종 웃음을 준다. 이는 모두 생동감이 넘치는 캐릭터들 덕분이다. 그리고 이처럼 완성된 캐릭터는 작가의 내공과 이를 소화한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검증한다.
막장드라마는 큰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여운'보다는 말초적 즐거움에만 멈춰 때로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막장드라마의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청정극'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족끼리 왜 이래'가 거두고 있는 결과들이 더 의미가 있는 이유다. 제대로 집필된 가족드라마는 막장드라마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