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만으로 하늘을 나는 '솔라 임펄스2'는 올해 3월 세계일주에 도전한다. 아직까지 태양광 비행기가 세계일주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 솔라 임펄스 제공
스위스의 항공기 개발사인 솔라 임펄스가 제작한 ‘솔라 임펄스2’가 이달 6일 오전 스위스 파예른 항공기지에서 보잉 747기 화물칸에 실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떠났다. 솔라 임펄스2는 태양광만으로 움직이는 실험용 항공기다. 올해 3월 아부다비에서 이륙해 세계일주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비행기의 양 날개 길이는 72m에 이른다. 보잉 747기보다 길다. 대신 가벼운 탄소섬유로 동체를 제작해 무게는 2.3톤(t)에 불과하다. 기다란 날개 상단에는 1만7248개의 태양광 집열판이 부착돼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40㎞이고, 한 번 충전하면 5일간 공중에 머물 수 있다.
솔라 임펄스의 사례에서 보듯 친환경 열풍은 항공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체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거나 연료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동체 디자인을 바꾸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첨단 신소재로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도 한다.
미국 솔라 플라이트사가 개발한 '선시커 듀오'는 개인 고객들을 타깃삼아 개발한 태양광 경비행기다. 양 날개를 접어 격납고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솔라 플라이트 제공
연료 부분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 ‘태양광’의 활용이다. 미국의 비행기 제조업체인 솔라 플라이트도 솔라 임펄스처럼 태양빛만으로 하늘을 나는 2인승 경비행기 ‘선시커 듀오’를 개발하고 실험 비행에 성공했다.
경비행기 시장을 겨냥해 만든 선시커 듀오는 솔라 임펄스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전체 무게가 280㎏에 불과하다. 22m 길이의 양 날개와 꼬리 부분에 1510개의 태양광 집열판이 붙어 있다. 한 번 충전하면 12시간 정도 떠 있을 수 있다. 개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날개를 접어 격납고 같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태양광은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에서도 활동되고 있다.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은 4㎞ 길이의 활주로 인근 10만㎡ 부지에 대규모로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고 지난해 2월부터 전력 생산에 돌입했다. 연간 1200만kWh 정도의 전기를 공항에 공급하고 있다.
공터가 많은 공항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는 게 왜 특별하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비행기 이·착륙시 집열판 표면에 반사된 햇빛이 조종사의 시야를 가려 대형사고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공군연구소(AFRL)와 함께 비행기의 보조날개(보조익)를 유연한 재질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기 흐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연료 소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 NASA 제공
일본 과학기술 매체 ‘아이티미디어’의 보도에 따르면 솔라 프런티어라는 태양전지 전문업체에서 ‘CIS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한 덕분에 간사이 국제공항에 태양광 집열판을 도입할 수 있었다. 이 태양전지는 패널의 햇빛 반사율을 크게 낮추도록 제작됐다.
공기의 흐름을 고려해 비행에 최적화된 항공기 몸체를 디자인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주로 날개에 대한 연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양 날개 끝부분에 달려 위나 아래로 움직이는 보조날개(보조익)를 유연한 재질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보조익이 아래를 향하면 날개의 항력(비행기를 뒤로 잡아끄는 공기 마찰력)이 커지고 반대로 위를 향하면 항력이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보조익은 알루미늄 재질로 이뤄져 있는데, 이를 잘 휘어지는 소재로 바꿔 공기 저항과 연료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NASA는 미국 공군연구소(AFRL)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ASA 암스트롱 비행연구센터에서 일하는 토마스 리그니 매니저는 “연간 수백만달러를 절약하는 동시에 환경오염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보잉사가 2013년 12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선보인 신형 여객기 '보잉777X기'는 양쪽 날개 길이가 71.1m다. 기존의 보잉 747기보다 6.7m 더 길다. 날개가 길어지면 공중에 더 잘 뜨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 보잉사 홈페이지
미국 보잉사가 2013년 12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처음 선보인 신형 여객기 ‘보잉 777X기’도 날개 디자인을 바꿔 에너지 절약을 실현한 사례다. 이 비행기의 양 날개 길이는 71.1m에 이른다. 64.4m인 보잉 747기보다 6.7m나 더 길다.
날개가 길어지면 뜨는 힘인 양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보잉 777X기 역시 기존 기종보다 에너지를 12%가량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보잉사측 설명이다. 양쪽 날개의 끝부분을 각각 3m씩 총 6m까지 접을 수 있어 현재 공항 활주로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이 여객기는 2020년 출시될 예정이다.
문우춘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우주법학부 교수는 “규모면에서 볼 때 한국은 세계 6위의 항공운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항공기 온실가스 배출이 적지 않은 만큼 친환경 항공기술 개발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 bbeo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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