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흔히 '피로가 쌓였다'는 말은 '피로 물질이 쌓였다'는 것이다.
피로물질이란 피로를 유발하거나 피로 회복을 방해하는 다양한 노폐물과 호르몬을 통칭한다. 대표적인 피로물질은 젖산이다. 신체운동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는 산소 소모량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젖산을 분해할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분해되지 않은 젖산이 근육에 축적된다. 젖산이 많아지면 근육이 뭉치면서 뻐근하거나 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다른 피로물질로는 활성산소가 있다. 활성산소는 인체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이다. 활성산소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세포 기능을 약하게 만들고 면역반응을 감소시켜 피로와 질병을 유발한다.
몸 안에 젖산이나 활성산소 같은 피로물질이 쌓이면 피로감, 두통, 부종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낮잠 지나치면 피로감 더해
피로를 푸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게 바로 '잠을 자는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면 피로가 풀리고 세포가 재생산 되는 등 몸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일 적정 수면시간은 6~7시간으로 이보다 적으면 면역체계가 약해져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이동환 원장은 6일 "잠이 부족할 때는 낮에 30분 정도 눈을 붙이거나 주말에 한 두 시간 낮잠을 자는 것으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이상을 자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나 반응속도도 떨어지는 등 오히려 피로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지칠 땐 가벼운 스트레칭이 좋아
피로를 운동으로 푸는 사람도 많다. 운동은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도와 피로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몸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유산소운동이나 근력운동 같은 강도 높은 운동 보다는 스트레칭이나 요가 같은 이완 운동을 해야 피로가 풀린다.
반대로 체력은 남아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 술이나 담배, 고열량 음식 등을 찾게 될 때는 강도 높은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려야 한다.
운동을 하면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 엔도르핀 등이 분비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운동은 주 3회 이상 하는 것이 좋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수영장 헬스클럽 공원 등 사람 많은 곳에서 운동하면 효과가 더 크다. 그러나 피로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 운동하는 것조차 무리이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신경 예민
여성들은 피로를 커피와 달콤한 간식으로 푸는 경우가 많다. 커피에는 각성제 성분인 카페인이 들어있어 덜 피로하다고 느끼고 정신이 맑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카페인 섭취가 지나치면 각성효과가 지나치게 나타나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신경이 예민해진다. 하루에 마시는 커피는 2잔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단 음식을 찾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코티졸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면서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 먹고 싶어진다. 당분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 일시적으로는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혈당이 오르면 인슐린이 분비돼 다시 저혈당을 만든다. 이때 저혈당을 막아주기 위해서 다시 부신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꾸 부신을 자극하는 현상이 생긴다. 또한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만해질 수 있다.
■좋은 음식 섭취보다 나쁜 음식 피해야
중년 이상에서는 피로를 보양식이나 몸에 좋다는 음식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나쁜 음식을 피하는 것이 더 좋다.
이 원장은 "고열량 고지방 인스턴트 음식, 술과 카페인 음료를 피한 뒤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피로가 계속되고 피로 이외의 체중감소나 식욕부진 등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질병이 있는지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