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보광전자 쑤저우 공장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기습 귀국하자, 직원들이 공장 문을 폐쇄하고 현지 직원들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제품을 납품해 온 보광그룹의 중국 계열사가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펑화이뉴스넷(澎湃新闻网), 둥팡진바오(东方早报) 등 중국 언론은 "쑤저우(苏州) 우장(吴江)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보광전자기술유한공사가 자금난,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해 현지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4월 설립된 쑤저우 보광전자는 그간 삼성전자가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LCD(액정표시장치) TV에 장착되는 PBA(Printed Board Assembly)를 생산해 주로 납품해왔다.
그런데 근년 들어 삼성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에 쑤저우 보광전자에 맡겼던 주문생산을 점차 선전의 삼성 공장 및 동남아의 위탁생산공장으로 이전함에 따라 보광전자의 실적이 점차 악화됐다. 더욱이 한국의 보광전자의 핵심계열사인 STS 반도체가 계열사 지급보증을 잘못 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함에 따라 자체적으로 실적을 개선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쑤저우 보광전자의 법인장, 재무담당 책임자 등 고위급 관계자는 지난 12일부터 20일 사이에 한국으로 귀국한 뒤 돌아오지 않았고 같은달 25일에는 "11일간의 휴가에 들어간다"고 통보하며 공장 운영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현지 직원들은 그제서야 회사의 이상 상황을 알아차리고 공장을 폐쇄해 밀린 임금 및 퇴직금 보상을 요구했다. 당시 공장에는 직원 8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직원들은 6월달 월급 250만여위안(4억5천4백만원)이 밀린 상태였고 경제적 보상금으로 1천1백만여위안(20억원)을 요구했다. 일주일여간의 대치 끝에 쑤저우 보광전자와 채무 관계가 있던 삼성전자 그룹의 자회사가 밀린 대금을 납부함에 따라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퇴직금 등 문제는 해결됐다.
현지 관계자는 쑤저우 보광전자가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장경제개발구 당정판공실 정이(郑屹) 부주임은 "현재 남아 있는 자산으로는 채무를 갚기가 부족한데다가 고위급 관계자들 역시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라며 "이같은 상태라면 현지 사업을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쑤저우 보광전자는 현재 현지 은행에 4억위안(727억원)이 넘는 대출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이번 쑤저우 보광전자의 도산이 IT 업계의 위탁생산공장의 줄도산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쑤저우 보광전자의 파산에 앞서 타이완(台湾) 성화과기(胜华科技)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쑤저우의 위탁생산공장인 롄젠(联建)과기가 지난해 말 파산을 선언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훙후이(闳晖)과기 역시 생산을 중단했다. 롄젠과기는 애플의, 훙후이는 노키아의 위탁생산업체이다.
이들 업체 외에도 여러 위탁생산업체가 파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했다.
언론은 "임금 상승 등 기업의 경영비용이 점차 상승하면서 이윤 역시 줄어들면서 주요 고객인 대기업의 경영전략 역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전략 변화는 위탁생산업체의 명운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보광전자 쑤저우공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가기업인 보광그룹의 전자부문 계열사 비케이이엔티(BK E&T)가 2007년 4월 우장시 경제개발구에 설립해 반도체 관련 부품을 삼성 등에 납품해 왔다. [온바오 박장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