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를 만만하게 보고 위조 국채를 팔아넘기려던 사기꾼이 되레 ‘되치기’를 당했다.
연합뉴스는 15일 서울경찰서를 인용해 용의자 김모씨(55)의 범행을 전했다. 김씨는 2012년 지인으로부터 1장의 액면가가 1억원인 위조 국채 1만장을 3000만원을 주고 샀다. 김씨는 1조원어치 국채를 처분할 곳이 마땅찮아 3년간 어쩌지도 못하고 들고만 있어야 했다.
그러던 김씨의 눈에 평소 알부자라고 소문난 ㄱ할머니(81)가 들어왔다. ㄱ씨가 나이가 많아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 판단한 김씨는 할머니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ㄱ씨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국채를 싼값에 넘길 테니 그 국채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꼬드겼다.
할머니가 관심을 보이자 김씨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흥정을 하던 김씨는 할머니에게 국채의 실물 일부를 보여주기로 하고 지난달 말 강남의 길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김씨의 바람과는 달리 할머니는 어수룩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두철미했다. 김씨가 팔려는 국채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 ㄱ씨는 현장에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바로 해당 국채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김씨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최근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국채가 위조됐는지 몰랐다. 나도 속아 넘어간 피해자다”라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은행에서 쉽게 위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음에도 3년 동안 확인하려 하지 않았고, 진짜인 줄 알았다면 자신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으면 됐는데 그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위조 국채 전량을 압수해 폐기했다. 국채 위조범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