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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느님, 우리 회사 슈트도 입어주세요!

[기타] | 발행시간: 2015.08.28일 09:01
아이즈 ize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국내 남성복 시장의 규모는 연간 7조 원대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참기름 바른 듯 윤이 흐르는 정통 슈트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슈트는 이제 옵션이고, 정장 매출은 대기업의 복장자율화, 이른바 ‘꽃중년’ 열풍, 해외 SPA의 공세에 맥없이 꺾였다. 정장과 캐주얼의 이종교배인 비즈니스캐주얼은 그렇게 태어났다. 등판할 때는 구원투수였지만, 이제는 어엿한 선발투수다. 정장을 밀어내고 주요 백화점 요지를 차지했다. 엠비오·지이크가 갤럭시·타운젠트보다 잘나가는 시대. ‘한류 드라마’란 날개를 달고 중화권까지 진출했다.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중국인에게는 지오지아의 ‘별그대 김수현 셔츠’, 엠비오의 ‘피노키오 이종석 재킷’이 먹히지만 내국인들은 조금 더 복합적인 롤모델을 원했다. 30·40대 비즈니스맨들은 젊은 한류 스타들이 모델인 비즈니스캐주얼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안정감과 신뢰감을 구현하려 한다. 갑자기 불려간 회의, 거래처와의 급작스러운 미팅에서 책잡히지 않을 어떤 스타일 말이다.

유재석은 그런 면에서 직장인들이 선호할 만한 호감형 이미지를 망라한 종합선물세트다. 일터에서는 합리적인 리더, 집에선 자상한 아빠, 적당히 놀 줄 알되 문란하진 않은, 재치 있되 사려 깊은, 일종의 사기 캐릭터.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브랜드에게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이미지의 결정체. 유희열·신동엽·윤종신도 꽤 번듯하게 입지만 유재석만큼 넥타이 부대와 그 배우자들의 팬덤이 강력하진 않다. 유희열·윤종신은 댄디룩을 찰지게 소화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보다 촉이 좋은 예인에 가깝다. 신동엽은 패션 모험을 즐기는 편이라 무턱대고 따라 했다가는 상사에게 한 소리 듣기 쉽다.

한국광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유재석은 올 초 광고모델 호감도 순위에서 수지·이승기·김수현·현빈·김우빈·김태희를 제치고, 전지현·김연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패션업계는 이 같은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 캐주얼과 정장을 넘나드는 거의 대부분의 남성복이 유재석에게 갔다. 적중률은 꽤 높다. ‘유재석 슈트’, ‘유재석 셔츠’는 아이돌 그룹 팬들에게 굿즈 팔리듯 ‘유느님’의 추종자들에게 팔린다. MBC [무한도전] ‘식스맨’에서 입었던 지이크파렌하이트의 슈트,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 입었던 크리스크리스티의 민트색 줄무늬 셔츠가 모두 이런 식으로 팔려나갔다. 지난해 10월 [무한도전]에서 찼던 일명 ‘커피콩 시계’ 온라인 서버가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던 게 요란해 보일 정도로. 차분하지만 신속하게. 해외 고가 제품이 아니라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국내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골라 입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유재석은 ‘1인자인데도 불구하고 검소하고 깔끔하게 옷 잘 입는’ 이미지를 추가로 챙겨 지지층을 다잡고, 브랜드는 매출 증가에 웃는 공생 관계다.



비즈니스캐주얼에 최적화된 날렵한 몸매도 유재석이 이 분야의 총아가 된 이유다. 불혹을 넘겼지만 꾸준히 관리해 잔근육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슬림핏 몸매다. 본인도 그걸 잘 안다. 겸양의 MC로 알려졌지만 옷태는 아낌없이 과시한다. 상의는 허리선이 쏙 들어간 모래시계 실루엣을 추구한다. 재킷은 95 사이즈만 입는다. 95 사이즈가 없으면 스타일리스트가 매장을 이 잡듯 뒤져 반드시 찾아낸다. 그래야 입는다. 하의는 무조건 스키니핏. 골반부터 복사뼈까지 일직선으로 뽑아내듯 떨어지는 가래떡 실루엣을 선호한다. [무한도전]에서 유희열이 “앵두 같다”고 칭찬하자 제작진이 앵두 CG 처리했던 그 엉덩이가 부각되도록. 안경은 미혼녀들이 남친룩, 기혼녀들이 남편룩의 바람직한 예로 꼽는 유재석표 성실 패션의 화룡점정이다.

여기에 프로그램별로 비즈니스캐주얼을 조금씩 변주해 입기까지 한다. 그는 베테랑 예능인답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패션업계에서 동어반복은 협찬 중단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무한도전]에서는 파스텔 계열로 맞춰 입었다가 무지개떡 취급에 좌절하는 남자 부장·과장급들이 안전하게 시도할 만한 스타일을 제안한다. 유재석이 지난 8월 1일 [무한도전] 방영분에서 입었던 네이비 재킷·치노팬츠, 블랙앤화이트 도트프린트 셔츠는 그대로 오려 삼성·롯데그룹의 복장 규정에 첨부해도 손색없는 비즈니스캐주얼의 정석이다. 단정한 감색 상·하의로 무게 중심을 잡고 걸 그룹 안무처럼 땡땡이 셔츠로 포인트를 줬다. [동상이몽]에서는 “오리엔테이션 복장=비즈니스캐주얼” 공지에 뭘 어떻게 입어야 할지 난감한 신입사원, 또는 대리급 눈높이에 맞췄다. 셔츠·팬츠·스니커즈 위주로 쉽게 풀어낸 보급판 비즈니스캐주얼이다. 화이트앤민트 스트라이프 셔츠에 화이트 치노팬츠를 입는 식이다.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쉬 소다] CF에서 다른 멤버들처럼 물고기(황광희), 바보(박명수), 복고풍 아가씨(정준하)로 분장하지 않고 혼자 라일락 색상의 슈트와 셔츠로 쫙 빼입은 것은 유재석의 스타일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유재석은 그렇게 남성복의 거대한 축, 정통 슈트와 캐주얼까지 잠식한, 스포츠·아웃도어도 이미 진입한 비즈니스캐주얼의 상징이 됐다. ‘비즈니스캐주얼이라 쓰고 유재석 스타일이라고 읽는다’는 얘기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유재석의 새 예능인 JTBC [투유프로젝트 슈가맨을 찾아서]가 지난 19일 처음 방영했다. 도트프린트 네이비 재킷, 스카이블루 셔츠, 베이지 치노팬츠. 이런. 또 비즈니스캐주얼이다.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입고, 바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소비재들이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헤치는 게 즐겁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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