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이혜미 기자] 경쟁작들과의 동시출발에 동시간대 최하위를 기록, 극 초반 저조한 성적에도 상승을 거듭해 왕좌를 거머쥔 '적도의 남자'의 성공비결은 명품드라마의 3요소라 일컬어지는 극본 연출 연기력 3박자를 갖춘데 있다.
여기에 범람하는 판타지 붐 속 차별화되는 선 굵은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완성은 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그 중에서도 하나 같이 유동적이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몰입을 돕고 있다.
지난 18일, 입을 막고자 수장해버렸으나 성공한 사업가로 귀환한 옛 친구와의 조우에 놀라고, 업신여겼던 상대에게 자신의 범행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떨어야 했던 장일(이준혁)의 수난은 '3단 멘붕'으로 한방에 정리됐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연이은 반전과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장일의 모습은 악인인 그에게 연민이란 감정을 일게 하며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바로 설 수 있게끔 도왔다.
25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장일은 노식(김영철)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선우(엄태웅)가 성공한 사업가로 귀환한데 놀란 노식이 이를 알고 있던 장일에 왜 말하지 않았냐고 힐난한 것이 발단. 한 배를 탔다고 주장하는 노식에 장일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십시오"라고 일축했다. 죄를 지은 건 노식이며 용배(이원종)는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경필(이대연)을 살해한 이는 노식이 아닌 용배. 광춘(이재용)의 협박편지를 통해 이를 알게 된 노식은 "만약에 말이요. 용배 씨가 김경필이를 산으로 데려갔을 때 김경필이가 살아있었다면?"이라는 물음으로 장일을 경악케 했다. 노식의 자신만만한 태도에서 장일은 진짜 살인범이 용배임을 깨달았다. 엔딩을 수놓은 장일의 굳은 표정이 하이라이트.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일의 약점을 쥔 수미(임정은)의 비밀이 밝혀지며 장일의 시련을 더했다. 앞서 수미는 자신의 작품 전에 선우를 수장하고 떠나는 장일의 뒷모습을 화폭에 옮겨 전시하는 것으로 장일을 당황케 했던 바. 이는 선우의 메시지를 통해 깨달은 것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수미는 선우를 내리쳐 정신을 잃게 하고 바다에 수장하는 장일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울러 이런 장일의 모습은 수미의 손을 통해 그림으로 완성했다. 마치 사진을 보듯 정교하게 표현된 그림에서 장일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다. 이렇듯 복수를 꿈꾸는 선우를 필두로 용배를 빌미로 쥐고 흔들려는 노식과 약점을 잡아 사랑을 호소하는 수미의 행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 장일을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발돋움하도록 도우며 한층 진화된 극을 예고했다.
사진 = KBS 2TV '적도의 남자' 화면 캡처
이혜미 기자gpai@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