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해서 외부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 ‘왜 13.4억 중국 인구의 상당수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여드름이 난다고 믿는걸까? 왜 중국 전역 어느 노래방에나 1970년대 소프트락 밴드 카펜터스의 곡이 빠지지 않고 있는걸까? 그리고 왜 영화 ‘타이타닉’이 중국 영화팬들의 마음을 그렇게도 사로잡은 걸까?’
최근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3D”를 보기 위해 중국 영화팬들이 극장으로 몰려가면서 이 세번째 질문이 다시 제기되었다. 개봉 첫 주말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사상 최대인 6,700만달러(785억원)를 기록했다고 20세기 폭스사는 밝혔다. 미국의 경우엔 1,700만 달러였다고 한다. (20세기 폭스는 WSJ 모회사이기도 한 뉴스코프 소유다.)
이러한 큰 인기에 대한 한가지 이론적 배경은 중국인들이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에 매료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난한 남성이 부유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며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웹사이트에 실린 한 사설은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사랑이야기들은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으며 “평범한 남성이 ‘동화’같은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원하는 중국 관객들의 심리”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론은 점점더 돈을 중시하는 중국 도시의 결혼문화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많은 남성들이 집과 차가 없이는 여성의 애정이나 부모의 허락을 얻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한 동영상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남자친구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나온다. 여성은 “돈 없는 남자는 쓰레기다”라고 말한다. 중국 남녀관계에서 경제력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중국 데이트프로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언젠가 이 프로에 나온 한 여성 참가자는 중간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구혼남에게 자전거 뒤에 타고 행복하느니 차라리 BMW를 타고 불행한 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타이타닉”이 중국인 관객에게 어필하는 또 다른 이유로 괄목할 만한 특수효과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을 들었지만 이따금 상업적 성격을 띠는 중국의 실제 연애이야기를 감안할 때 신분 상승을 암시하는 사랑이야기가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매력적인 떠돌이 남성이 사회적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귀족 여성의 사랑을 얻는다는 컨셉은 중국 버전 발렌타인 데이가 나오게 된 배경 설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 치는 가난한 고아 남성이 황후의 막내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카펜터스의 인기에 대해서도 인민일보가 한 논평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