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연예 > 드라마
  • 작게
  • 원본
  • 크게

먼저 부서진 '송곳'…그들 덕에 세상은 살 만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5.11.08일 10:47

(사진=JTBC 제공)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노동조합'이라는 말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노동문제 관련 집회로 시내 교통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노동'은 찬밥 신세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온 노동운동의 발자취는 이 시대 노동자들의 입지를 조금씩 넓혔다. 한 명 한 명으로는 힘 없는 개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엄혹한 현대사의 굴곡 안에서 어깨 걸고 뭉치면 거대한 파도가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준 이들이 있었던 까닭이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송곳 5회에서는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만 송곳'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협력업체 접대 사실을 독박 쓴 푸르미마트 직원 황준철(예성)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준철은 침착한 대응으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증언자로 나선 노래방 도우미 여성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그 여성은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는 푸르미마트 직원들을 돕는 부진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안내상)과 아는 사이였다. 과거 고신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철승의 아내였던 것이다.

한 집회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탓에 큰 부상을 입은 철승. 그러한 남편을 생각하며 그녀가 맞은편에 앉은 고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가만 두면 모래성처럼 조용히 쓸려나갈 사람들을 왜… 왜 괜희 뭉쳐놔서 부서지게 만들어요!"

◇ "너무 그렇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지 마. 그런 사람 아냐"




(사진=JTBC 제공)

고신은 늘 시위 현장의 가장 앞에서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며 경찰, 용역과 맞서 싸워 왔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의 아픈 과거사가 조명됐다.

극중 과거 대학생 고신이 어두컴컴한 방 안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밖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이내 열려진 문에서 빛과 함께 한 인물이 들어온다.

평범한 얼굴 속에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가 고신에게 말한다. "푹 쉬었지? 그럼 또 열심히 한번 해보자"라고.

고신은 당시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만성신부전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는 처지인 고신의 모습을 우연히 본 푸르미마트 과장 이수인(지현우). 놀란 그에게 고신이 말한다. "너무 그렇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지 마. 그런 사람 아냐."

지금 고신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노동문제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러한 과거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송곳 5회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운동을 벌이다 실패한 사례들이 2, 3개의 에피소드를 나뉘어 소개됐다. 정규직을 중심으로 꾸려진 노동조합 안에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릴 것을 알면서도 끝내 한 걸음 내딛는 송곳들이 잇다. 고신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리라.

이날 방송 내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고신은 극 말미 얼굴을 쓸어내린 뒤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을 되찾는다. 그런 그가 전한다. "자아, 그럼 열심히 한번 해봅시다!"

jinuk@cbs.co.kr

노컷뉴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7%
10대 0%
20대 33%
30대 33%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33%
10대 0%
20대 0%
30대 33%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4월 29일, 기자가 중국철도할빈국그룹유한회사(이하 '할빈철도'로 략칭)에서 입수한데 따르면 '5.1' 련휴 철도 운수기한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합 8일이다. 할빈철도는 이사이 연 301만명의 려객을 수송하고 일평균 37만 6000명의 려객을 수송해 동기대비 3.2%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다이아수저 맞다" 신슬기, 아버지가 성형외과 원장이라고?

"다이아수저 맞다" 신슬기, 아버지가 성형외과 원장이라고?

서울대 음대생 출신 방송인 신슬기가 자신을 두고 '다이아 수저' 라고 밝혀 화제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라디오 스타' 에서는 윤성빈, 양준혁, 신슬기, 정대세, 김홍남(구 다나카)가 출연해 입담을 펼쳤다. 이날 신슬기는 "오늘 아버지 친구분이 계셔서 마음이 편하

"여친=이복동생 발언은 거짓" 작곡가 유재환, 사과문 보니... 충격

"여친=이복동생 발언은 거짓" 작곡가 유재환, 사과문 보니... 충격

최근 결혼소식을 발표했던 작곡가 유재환이 일각에서 터진 논란들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일, 유재환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죄송하다. 모든 게 제 불찰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한다"며 입

“여친 바람 2번 겪어” 이진호 전여친과 헤어진 이유

“여친 바람 2번 겪어” 이진호 전여친과 헤어진 이유

코미디언겸 방송인 이진호(나남뉴스) 코미디언겸 방송인 이진호(38)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일화를 털어놨다. 이진호는 지난 4월 30일(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특히 이진호는 이날 방송에서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