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두 숟가락 무게인 25g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집의 철새가 해마다 왕복 3만㎞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무게 대비 이동거리로 따지면 뻐꾸기나 앨버트로스를 뛰어넘는 조류계의 챔피언급이다.
북방사막딱새(사진)가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방송이 15일 캐나다와 독일 등 국제연구진이 영국왕립학회 '생물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내용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북방사막딱새 46마리에 무게 1.4g의 초소형 위치추적장치를 붙여서 경로를 추적했다. 이 작은 새는 매일 291㎞씩 최고 91일을 날아 알래스카에서 아프리카로 건너가 겨울을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편도거리만 1만5000㎞다.
북방사막딱새의 이동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캐나다 배핀 섬에서 출발한 개체들은 얼음장 같은 북대서양의 추위를 이겨내고 석 달 뒤 아프리카 북부에 도착했다.
알래스카에서 출발한 개체들은 메마른 아라비아사막을 건너 케냐 쪽으로 이동했다. 날개가 큰 뻐꾸기나 앨버트로스는 먼 거리 여행에 비교적 수월하지만, 이처럼 작은 새가 어떻게 이처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학계에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구진은 "몸크기 비례로 본다면, 북방사막딱새는 세계에서 가장 멀리 비행하는 철새"라면서 "특히 이동경험이 없는 어린 개체가 1년에 두 번씩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추가로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북방사막딱새는 캐나다 북동부와 그린란드, 유라시아, 알래스카 등지에서 서식한다. 명금류(鳴禽類) 중에서는 서식지가 가장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들이 겨울을 어디에서 나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