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0개가 넘는 중국 상장기업이 아파트 한 채 구입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지역신문 베이징천바오(北京晨报)는 금융정보 전문사이트 퉁화순(同花顺)이 지난 25일까지 발표된 2천165개 상장기업의 연간 회계보고서를 인용해 "상장기업 315개의 연간 순이익이 1천5백만위안(26억5천만원)도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돈을 가장 많이 번 업종은 은행이었다. 15개 상장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1조2천543억5천1백만위안(222조원)이었으며 아직 연간 회계보고를 발표하지 않은 베이징은행의 9개월간 순이익도 141억3천6백만위안(2조5천억원)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상하이, 선전(深圳) 등 중국 A주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상위 10위권 기업도 은행이 9곳을 차지할 정도였다. 유일하게 은행이 아닌 중국핑안(中国平安)도 금융권에 속했다.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 중 하나였던 시노펙(中国石油), 페트로차이나(中国石化)는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공상(工商)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2천771억3천1백만위안(49조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건설(建设), 농업(农业), 중국(中国)은행 순이었다.
증권사는 지난해 가장 큰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도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지난해 영업수입, 순이익 모두 과거 3년간 벌어들인 것과 맞먹는 수치를 기록했다. 1년만에 3년치 수입을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영업수입은 5천752억위안(101조8천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1개 상장 증권사 중 2개 증권사만 순이익이 70~96%에 머물렀을 뿐 다른 증권사는 2~3배 많은 수익을 거뒀다.
보험업계도 방긋 웃었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순이익은 2천823억6천만위안(49조9천748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8%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4대 보험사의 순이익이 40%를 넘었으며 6대 보험사로 넓히면 절반을 차지했다.
보험사 중에는 핑안그룹의 순이익이 542억위안(9조5천928억원)에 달해 가장 많았으며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빨랐던 보험사는 타이핑양(太平洋)보험으로 전년보다 60.4% 증가했다.
반면 가장 손해가 큰 업종은 철강과 유색금속이다. 가장 큰 손해를 본 상위 10위권 기업 중 철강기업이 6곳을 차지했으며 이 중 충칭철강은 59억8천7백만위안(1조596억원)의 손해를 기록해 가장 컸다.
신문은 "10년 전만 해도 100만위안(1억8천만원)이면 베이징, 상하이 등 1선급 도시에서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선전 시내의 괜찮은 조건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1천5백만위안이 든다"며 "중국에서 괜찮은 규모의 상장기업이 연간 벌어들인 돈이 이조차도 안 된다면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