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 마라톤의 은메달리스트인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26)를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순식간에 4만 달러(약 4500만원)가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2시간9분54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에 들어온 릴레사는 골인 지점에서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X’를 그렸다. 그는 시상식장과 기자회견장에서도 시종 X자를 그렸다.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에티오피아 정부를 세상에 고발하는 몸짓이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는 우리 국민들을 죽이고 있다. 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면서 X자 세리머니의 의미를 설명했다. 에티오피아 국영 방송은 릴레사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삭제한 채 방영했다.
BBC방송은 22일 릴레사가 리우올림픽 마라톤 무대를 이용해 죽음을 무릅쓴 반정부 시위 이후 영웅적인 행동을 한 그를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인터넷을 통해 개설됐으며,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4만 달러가 답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크라우드 펀딩 개설을 주도한 솔로몬 웅가셰(Solomon Ungashe)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당초 1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을 했다”며 “불과 몇 시간 만에 2만5000달러가 걷히더니 또 몇 시간만에 이를 훌쩍 넘어섰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 출신이다. 오로미아는 에티오피아 전체 인구(약 9600만명) 중 3분의 1이 사는 지역이다. BBC방송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를 인용해 에티오피아 정부가 최근 오로미아 반정부 시위대 400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릴레사는 “내가 에티오피아로 돌아간다면 그들은 나를 죽이거나 감옥에 가둘 것”이라고 말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우리 부족들을 죽이고 있다. 나는 어디를 가던 그들의 항의를 지지한다. 오로미아는 우리 부족이다. 우리 친척들은 감옥에 갇혀있다. 만일 그들이 민주주의 권리를 이야기하면 죽임을 당한다”라고 고발했다.
미국 내 에티오피아인들은 릴레사의 망명을 돕기 위한 법률팀을 꾸려 리우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에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보부 장관인 게타츄 레다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릴레사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하며 그를 체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릴레사의 친척 중 감옥에 수감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릴레사의 메달 박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다행히 폐막식과 함께 열린 시상식에서 릴레사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정치적·종교적·상업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식에서 검정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리며 인종 차별에 항의하다가 메달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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