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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알고보니 조선양반이 썼던 아내의 극존칭형

[기타] | 발행시간: 2012.05.24일 00:36
한글편지로 본 그 시절 부부

조선시대 양반집 아내도 남편에게 '자내'라고 불렀다

임금의 명을 받아 부임지로 떠나는 길목에서, 왜군과 싸우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붓을 들었다. 하인들은 안주인의 말을 잘 듣는지, 젖먹이 아들은 돌잔치에서 무얼 집었는지, 궁금한 게 많았다. 동료들과는 한문편지를 주고받지만, 한자를 모르는 아내에게 띄운 편지는 늘 한글이었다.

 대전 안정 나씨의 묘에서 16세기 초반 한글편지가 발굴·복원된 것을 계기로, 조선시대 부부관계나 생활상을 보여주는 한글편지가 주목받고 있다.

 한글창제(1443년) 이후 19세기까지 작성된 한글편지(諺簡·언간)는 현재 약 2500통이 남아있다. 이 중 부부간에 주고받은 것은 약 1000통. 이번에 공개된 나신걸의 편지 외에, 경북 안동 이응태씨 묘에서 출토된 ‘원이 엄마’ 편지, 홍의장군 곽재우의 조카인 곽주(1569~1617)가 수년 동안 아내에게 부친 편지 등에도 부부간의 애틋한 정(情)이 흐른다.

◆“또 딸 낳더라도 서운해하지 마소”=변방 군관으로 근무했던 나신걸은 부인에게 귀한 물품인 분과 바늘을 사 보내면서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곽주는 아이를 낳으러 친정에 간 아내의 소식이 궁금해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보냈다. “보낸 약은 내가 가서 직접 달여줄테니 기다리라”고 전했다. 다른 편지에서는 “또 딸을 낳아도 절대로 마음에 서운히 여기지 마소”라며 아내의 걱정을 덜어줬다. 경북대 백두현(국문학) 교수는 “당시 사대부들이 아내에게 예의를 지키고 극진하게 대접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일명 ‘원이 엄마’ 편지(1586)에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절절히 흐른다.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서 아내는 서른 살에 급사한 남편을 애도하며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다”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나타나달라”고 애원한다.

 ◆같은 호칭, 평등한 관계=조선시대는 ‘남존여비’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아내가 상당한 결정권을 가졌다. 나신걸의 편지를 현대어로 옮긴 서원대 배영환 교수는 “편지 내용의 대부분은 농사일, 노비 관리에 대한 당부다. 양반가 부인들이 집안의 대소사를 총괄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간 호칭도 평등하게 사용됐다. 한글편지 700여 통을 분석한 한국학중앙연구원 황문환 교수는 “16~17세기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자내(자네의 옛 형태)’라는 2인칭 대명사에 오늘날의 ‘하소’체 종결어미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마누라’가 조선시대에는 아내에 대한 극존칭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황 교수는 “19세기 흥선대원군이 청에 억류됐을 때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마누라’ 호칭이 등장하는데, 이는 ‘대비(大妃) 마노라’ 등 왕실에서 사용되던 호칭이 부인에 대한 존칭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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