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순결한’ 어린 소녀들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나이든 남성에게 납치돼 강제로 결혼을 하고 있다고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 CNN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숫처녀와 성관계를 가지면 에이즈가 낫는다는 미신 때문이다.
CNN은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남아공 남동부의 이스턴 케이프 주(州) 시골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하고 잔혹한 풍습에 대해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12세의 어린 소녀들이 나이든 남성에게 납치돼 강제로 결혼을 하고 있다. 납치범의 대부분은 에이즈 바이러스 때문에 홀아비가 된 나이든 남성이라고. 이들은 숫처녀와 성관계를 가지면 병이 나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풍습은 부모나 마을 원로가 어린 소녀들의 결혼을 결정했던 전통에서 나왔다.
CNN은 ‘우쿠트왈라’라는 이 전통이 어린 소녀의 유괴를 정당화하는 데 쓰이고 있으며, 부모가 상대 남성에게 돈을 받고 미성년의 어린 딸을 팔아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에 세계 에이즈 캠페인(WAC) 조직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이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현지인들 교육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이 풍습이 법에 어긋나는지 모르고 있다고.
한 남성은 “우리가 법을 어기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이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놈바사 씨는 현재 WAC소속으로 활동하며, 어린 신부를 사고파는 악습을 없애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놈바사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이 처녀성을 간직한 소녀와 잠자리를 하면 병이 낫는다는 미신이 있다. 그래서 어린 소녀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남성들은 에이즈 바이러스 때문에 홀아비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국 새 신부에게도 에이즈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게 된다”라고 말했다.
WA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우쿠트왈라-순결을 훔치다’에는 이스턴 케이프 주 루시키시키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옆집에 사는 여자가 날 부르더니 결혼을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난 싫다고 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거절하면 강제로 데려가서 두들겨 팰 거라고 했다.”
“다음날 밤, 그 여자가 집으로 오더니 날 강으로 데려갔다. 거기에 7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날 데리고 어떤 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한 남성이 살고 있었다. 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소녀는 결국 그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방안에 있던 늙은 남성이 ‘소를 주고 널 샀으니, 네가 좋아하건 말건 넌 내 아내이다’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날 잡고 침대 위에 눕히더니 옷을 벗겼다. 그리고 본인도 옷을 벗더니 날 강간했다. 난 싸워보려 했지만, 그 남자는 내 몸을 누르고 내 다리를 강제로 벌린 뒤 강간했다.”
다큐에는 피해 여성들을 위한 희망찬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 문을 열고, 사회복지사들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물론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한 여성들은 대부분 가족과 친구들에게 배척을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바사 씨는 지난해 이 지역에서 남성 11명이 미성년자를 납치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며, 캠페인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