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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계단 올랐다고 혈압 높아진다면 축구·마라톤 선수는 큰일 나게요

[기타] | 발행시간: 2012.06.09일 11:06

한 초진 환자가 왔기에 진료실로 안내하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환자가 조금 있다가 들어가겠다고 한다"고 했다. 몇 분 뒤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는 평소 고혈압을 갖고 있는데 우리 병원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었다. 몇 가지 문진 후 "왜 바로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환자는 "지금 바로 계단을 걸어 올라왔기 때문에 혈압이 높게 나올까 봐 안정을 시키느라 그랬다"고 대답했다.

대다수의 고혈압 환자들이 안정이 된 후 혈압 측정을 하려 한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많이 움직였다고 혈압이 높아지면 축구 선수나 마라톤 선수는 경기 도중에 혈압이 높아져서 뭔일이 나겠네요." 실제로 심장 관상동맥 질환이 의심될 때 하는 운동부하검사에서 혈압을 측정해 보면 처음에는 혈압보다 맥박의 증가가 더 두드러진다. 병원에 오느라고 계단을 조금 오른 정도로는 혈압이 오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만약 병원에 오자마자 측정해서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왔다면 혈압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 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환자에 따라서는 병원에 왔다는 심리적 압박만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혈압약의 일부 성분은 맥을 느리게 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얼마 전 어떤 약국에서 한약에 이 성분의 혈압약을 섞어 '안 떨리는 약'이라고 이름붙인 뒤 음대 입시생들에게 비싸게 팔다가 발각된 일이 있다. 혈압약을 남용한 사례라 하겠다.

내과의사들끼리 하는 말 중에 "세상의 내과의사는 혈압을 직접 재는 의사와 자동혈압계로 재는 의사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혈압을 손으로 직접 재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종합검진센터를 비롯한 병원에서 자동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을 진료기록으로 쓴다는데, 의심 많은 나는 자동혈압계를 믿지 않는다. 우리 병원에도 대기실에 자동혈압계가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혈압측정에 익숙지 않은 환자가 스스로 잰 혈압은 진료기록으로 쓸 수 없다.

혈압은 대개 팔꿈치 바로 위, 심장과 같은 높이 팔뚝에서 재야 하므로 앉은 상태가 좋다. 충분히 압력이 가해진 커프(팔에 두르는 띠 부분)에 채워진 바람을 초당 3~5mmhg 정도로 서서히 빼면서 동맥 박동소리를 청진기로 들어야 한다. 이때 환자의 옷 위로 재면 옷이 쓸리는 소리가 날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의사는 구분할 수 있지만 자동혈압계는 구분하지 못하기에 잘못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자동혈압계를 쓸 때는 반드시 맨살에 커프를 둘러야 하고 측정하는 동안은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혈압을 직접 재다 보면 당황스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날도 환자의 팔에 커프를 두르고 압력을 올리는데 갑자기 혈압계 눈금이 뚝 떨어졌다. 커프 안에 든 고무풍선이 찢어진 것이다. 개원 초기엔 여분의 혈압계 소모품이 없는 상태에서 혈압계 풍선이 파손돼 난감한 적도 있다. 그 이후로는 항상 소모품을 비치해두고 있어서, 환자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 뒤 풍선을 교체했다. 그 모습을 보는 환자의 시선이 무슨 수리공 보듯 느껴진 건 착각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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