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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입양해요" 인터넷에 올리자…'충격'

[기타] | 발행시간: 2012.06.29일 14:09

“혼자 아기 키우고 있는데, 너무 힘드네요. 맡아서 잘 키워주실 분 찾아요.”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 이런 짤막한 글이 올랐다. 그러자 삽시간에 여기저기서 “쪽지주세요”, “메일 보냈습니다” 등의 덧글이 달린다. 모두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인 듯했다.

글을 올린 사람은 경북 경산시에 사는 미혼모 박유진(19·가명) 씨. 얼마 전 홀로 아기를 낳은 박씨는 아기와 단둘이 경산시의 한 펜션에서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부모와 떨어져 살아온 그에겐 도움을 줄만한 가족이나 친지가 없었다. 아기 아빠와도 이미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그는 고심 끝에 아이 입양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입양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개인입양’을 원한다는 글이 많더라고요. 저 같은 친모가 먼저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기도 했고요.”

박씨의 말처럼 이 포털사이트에는 ‘개인입양’을 원한다는 글이 수두룩했다. 한 산모가 남긴 듯한 글에는 출산 예정일과 아기의 성별 등 구체적인 정보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글들에는 어김없이 여러 개의 ‘비밀스러운’ 덧글이 달려 있다.

아기를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이 ‘거래’의 양상이 궁금해 덧글을 적은 몇몇 아이디로 “8월에 출산을 앞두고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입양 보내길 원하는 산모가 있다”는 내용을 적어 쪽지를 보내보았다. 그러자 한 사람으로부터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놀랄 만한 답변이 돌아왔다. “먼저 원하는 ‘조건’을 불러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양부모가 될 사람의 경제적 능력, 가정환경, 성품 등의 자격요건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가 말하는 진짜 조건은 따로 있었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대가로 얼마를 받기를 원하느냐는 것이었다.

박씨는 “글을 올린 후 연락을 해온 사람들 중엔 돈을 주겠다고 접근하기도 했다”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어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입양’이란 미명 아래 아이를 두고 돈이 거래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일선 현장에서는 사실상 ‘입양’이 아닌 ‘아기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이를 보내는 대가로 ‘200만원’은 기본?

정말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대명천지에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알아보고자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입양을 원한다는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개인입양 때 요구되는 조건과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중 입양할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30대 중반의 여성 송지현(가명) 씨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그는 자신을 온라인의 한 입양 관련 카페에서 활동 중인 회원으로 소개했다.

송씨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입양의 많은 경우가 ‘금전적 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이어 그는 “개인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넷을 통해 입양을 보내려는 친모들 중에는 입양기관을 통한 정식 입양이 어려운 10대 미혼모들이 많아요. 대부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친구들이죠. 이 경우 아이를 입양할 양부모가 출산 과정부터 개입해 출산비나 산후조리비 등을 내주는 거예요. 이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제 현장에선 출산비나 산후조리비 명목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거래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거래 비용도 상상을 초월했다. 송씨는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큰돈이 오간다”며 말을 이었다.

“성별, 혈액형, 외모 등의 기준에 따라 그만큼 아기의 입양비용도 올라가요. 가령 아기가 양부모와 혈액형이 맞고, 딸이면 가장 좋은 조건이죠. 요즘은 거의 모든 양부모가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거든요. 여기에 외모까지 출중하면 최고의 조건이 되는 거고요. 1000만원이 넘는 돈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기의 혈액형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와 아기 사진이 오간다고 그가 말했다.

아기에 대한 기본 정보 외에도 임신했을 때 산모의 흡연 여부와 식생활 등을 거래 조건에서 따지기도 한다. 입양을 원한다는 또 다른 양부모 김정숙(35·가명) 씨는 “대부분의 거래가 메일이나 쪽지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오간다. 조건에 따라 금액이 산정되다 보니 당사자 간의 밀고 당기기가 대단하다”면서 “경우에 따라선 1000만원 이상의 고액이 오갈지도 모를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장에선 그렇게 조건에 따라 점수를 매기듯 아기의 ‘몸값’이 책정되고 있었다. 사람의 목숨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기들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이렇듯 ‘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한데 충격적인 사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입양에는 또 다른 범법행위가 숨어 있었다. 김정숙(가명) 씨는 “경우에 따라선 친모 이름으로 발급되는 출생증명서를 애초부터 양부모의 이름으로 위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뱃속의 아기’를 거래하는 거죠. 출산 전부터 친모와 접촉해 일종의 ‘입양 예약’을 하고,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기록을 아이를 맡아 기를 양부모의 이름으로 처리하고요. 이 과정에서 낳은 아이를 입양할 때보다 돈이 더 많이 들죠.” 김씨는 “때로는 여기에 ‘브로커’가 개입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중개료 노리는 ‘입양 브로커’까지 등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미혼모나 양부모들은 똑같이 ‘브로커’의 존재와 활동을 입에 올렸다. 입양을 중개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입양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연결해주고 돈을 챙기는 ‘입양 브로커’들이 생겨났다”면서 “얼마 전엔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낸 10대 미혼모가 브로커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상담을 의뢰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남겨진 개인입양과 관련된 글에서도 ‘브로커는 사절’이라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브로커들이 많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리고 돈을 노리고 산모와 양부모에게 접근하는 브로커들의 행태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사실 이 바닥에서는 ‘입양 브로커’의 활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듯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입양 브로커’들의 검은 손길이 뻗어 있었다. 2009년 9월, 대구에서는 ‘입양 브로커’의 중개로 아이를 매매하다 불거진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아이 입양과 관련된 돈 거래 실상과 브로커 역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당시 대구에 살던 A씨는 B씨로부터 아기를 입양시켜주는 조건으로 465만원을 지불했다. B씨는 그중 200만원을 아기의 친모 C씨에게 건넸고, 그 대가로 아이를 넘겨받았다. 2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챙긴 B씨는 문제의 ‘브로커’였다.

브로커들은 이처럼 입양을 성사시켜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양부모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산부인과나 입양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방식으로 미혼모와 양부모 모두에게 접근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미혼모들에게 상담을 핑계로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다.

목경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올 초 강릉에 사는 한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냈는데, 그 후부터 아이의 양부모와 연락이 끊겨 당황스럽다는 상담을 의뢰해왔다”면서 “이런 경우 진짜 양부모가 아닌 브로커였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브로커가 중간에 개입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친부모와 양부모 간의 직접적인 동의 과정이 생략돼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에 문제가 생겨도 행방을 찾기 어렵다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용되는 입양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민법상의 입양과, 입양특례법상의 입양이 그것이다. 친부모와 양부모 간의 합의와 동의의 절차를 걸쳐 성사되는 개인입양이 민법상의 입양이며,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은 후자에 해당한다. 즉 양쪽 부모 간의 확실한 동의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한 개인입양도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닌 셈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양측의 동의 과정이 생략됐다거나, 금품이 오갔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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