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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까딱 않고 운전…사람 없이 달리는 차 등장!

[기타] | 발행시간: 2012.07.12일 03:00
‘한국의 호킹’ 전신마비 이상묵 교수 구글 무인車 체험… “우주왕복선 탄 기분이에요”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9일(현지 시간) 구글이 만든 무인자동차에 오르고 있다.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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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한 몸처럼 여기던 휠체어를 ‘벗고’ 구글의 무인자동차로 옮겨 탔다. 5분이 걸렸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일단 차에 오른 그는 동승한 구글 직원에게 “정말 내가 무인차를 탄 첫 한국인이냐”며 어린아이처럼 감격스러워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전신마비 과학자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50). 구글은 9일(현지 시간) 오후 2시 30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에서 그가 무인차를 타는 모습을 공개했다. 무인차를 국내 언론에 첫선을 보인 순간이었다.

이 교수는 6년 전 미국 콜로라도 주 샌루이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 아래 모든 신경의 감각을 잃었다. 정보기술(IT)의 발달에 힘입어 입김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마우스, 턱과 뺨으로 동작하는 휠체어를 이용해 강단에 계속 설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는 한계를 극복해 보겠다며 지난달 말 특수 설계한 차량으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도전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구글의 초청을 받아 무인차를 시승하게 됐다. 그리고 이날 신천지를 경험했다.

▼ “음성인식 시스템만 연결하면 전신마비 장애인도 운전 거뜬” ▼

무인차에 오른 이 교수에게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벼락이 똑같은데 두 번 치겠어요?”라고 농을 던졌지만 눈썹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인차는 운전자의 눈과 귀를 대신할 레이저 파인더, 비디오카메라, 레이더, 위성항법장치 등 각종 첨단 장치로 신호체계, 주변 자동차, 보행자, 장애물 등 교통상황을 탐지해 목적지까지 스스로 움직인다.

출발 후 4분. “오토 드라이빙(자동 운전)”, “데스티네이션 셋(목적지 설정)”이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운전석에 앉은 구글 개발자 너새니얼 페어필드 씨가 잡았던 운전대를 놓았다, 핸들이 저절로 좌우로 돌아갔다. 이 교수가 흥분된 목소리로 “손놓고 가는 거야, 이제”라고 외쳤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융통성도 발휘했다. 구글 캠퍼스 주변의 사거리.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운전자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보행자가 보이지 않자 무인차는 알아서 우회전을 감행했다.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서는 저 멀리 보행자를 보더니 기특하게도 멈췄다. 다른 차가 신호를 가리면 주춤거리기도 했다. 덤프트럭 때문에 신호등을 못 봐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운전자처럼.

기자는 어린 시절 갖고 싶던 만화 주인공 ‘꼬마자동차 붕붕’을 떠올렸다. 이 교수는 “우주 왕복선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신이 마비된 그에게 1km 떨어진 식료품 가게와 수십억 km 떨어진 우주가 갖는 거리감은 다르지 않다.

구글 무인자동차를 시승한 전신마비 과학자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동승한 구글 무인차 팀의 너새니얼 페어필드(왼쪽), 앤서니 레반도스키 씨(오른쪽)와 무인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교수는 “우주왕복선을 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구글에서 무인차 개발을 총괄한 책임자는 스탠퍼드대 교수이기도 한 제바스티안 트룬 씨(45). 그는 시승에 앞서 이 교수를 만나 “사람은 배고프면 슈퍼마켓에 가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독립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게 수송수단이며, 그것이 바로 무인차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트룬 교수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있다. 18세 때 교통사고로 가장 가까운 친구를 잃었다. 그 후 그는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무인차로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며 지금까지 이 일에 매달렸다. 트룬 교수는 이 교수 앞에서 고인이 된 친구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즉석에서 “무인차에 음성인식 시스템을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자신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도 눈과 귀로 주변 교통상황을 판단해 돌발 상황에서 “브레이크 밟아”와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협업 운전’이다. 구글 관계자들도 맞장구를 쳤다. 장애의 종류는 다르지만 구글 무인차 1호 운전자도 미국의 시각장애인 스티브 머핸 씨였다.

15분 뒤. “매뉴얼 드라이빙(수동 운전)”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운전석의 페어필드 씨가 “내가 (무인차보다) 더 난폭한 운전자”라며 장난스레 핸들을 돌렸다. 너털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교수는 시승을 마치고 “안정감을 느꼈다”며 만족해했다. 그러나 구글 무인차가 한국에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인차가 주행하려면 지도 정보가 필요한데, 한국 법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대다수 선진국은 지도 정보를 다른 나라에도 공개한다. 자국 기업이건 외국 기업이건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간정보와 IT를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에선 네이버나 다음처럼 지도 서비스를 하는 ‘우리’ 회사들이 무인차를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 네바다 주는 올해 3월에 무인차를 법적 주행수단으로 인정했고 수년 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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