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선임병 구타와 가혹행위, 폭언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군복무 중 지속적인 괴롭힘에 따른 자살은 공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심위는 14일 "서울북부보훈지청이 군복무 중 자살한 김모씨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한 김씨 아버지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입대 2개월만인 2004년 10월부터 선임병들로부터 욕설과 폭행 등 괴롭힘을 당하다가 2005년 2월 목숨을 끊었다. 김씨 아버지는 고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서울북부보훈지청은 "기록상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고, 우발적 충동에 의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김씨 아버지는 올해 1월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중앙행심위는 "매장·화장 보고서와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결정문을 보면 김씨가 군 공무수행 중 선임병들 구타와 가혹행위, 욕설, 인격모독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부대 지휘관이 고인을 자살 우려자로 판명했는데도 후송·격리 등 조치 없이 혼자 불침번을 서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중앙행심위는 "일반 사회와 달리 군대는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돼 상급자 가혹행위가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순직군경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