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 프로야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개막 후 가장 빠른 기간 내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2년 연속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은 프로야구 구단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두 팀의 계열 기업들의 주가가 시즌 마감 후 오른다는 솔깃한 통계 때문이다. 이른바 ‘한국시리즈 지수’다. 뉴욕 월가에서 수퍼볼 경기의 승패로 그 해의 증시를 예측하듯, 한국에서도 야구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한국시리즈 지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각 팀당 불과 30여 경기를 남겨둔 현재, 프로야구는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포스트 시즌 상위 네 팀 중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현재 삼성을 선두로 2위 롯데, 3위 SK, 4위 두산의 순위 다툼이 볼만하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자료를 보면, 시즌 마감 이후 다음 시즌 시작 전까지(10월~다음해 3월) 한국시리즈 진출팀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2001년 이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구단 계열사(삼성전자ㆍSKㆍLGㆍ두산ㆍ한화ㆍ롯데제과ㆍ기아자동차)의 주가 상승률은 31.8%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20.2%포인트 웃돌았다.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삼성과 준우승팀인 SK 계열사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넘어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전자(005930) (1,233,000원▲ 18,000 1.48%)는 54%, 삼성중공업(010140) (37,150원▼ 200 -0.54%)은 43%, 삼성전기(009150) (97,300원▲ 600 0.62%)는 38% 올랐다. SK그룹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096770) (163,500원▼ 2,000 -1.21%)이 29%, SK(003600) (167,000원▼ 500 -0.30%)가 2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4% 올랐다.
물론 구단의 성적과 계열사들의 주가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프로야구 관중 수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마케팅 효과, 브랜드 충성심 등은 분명히 해당 기업에 어느 정도 호재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 야구팀을 응원하는 팬은 아무래도 삼성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수퍼볼 지표를 참고하기도 한다. 수퍼볼은 매년 2월 프로미식축구(NFL) 우승팀을 가리는 행사인데, 이 수퍼볼 우승컵을 누가 가져가는지로 증시 방향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퍼볼 지표는 내셔널콘퍼런스(NFC) 소속팀이 수퍼볼을 차지한 해에는 미국 증시가 오르고,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소속팀이 우승한 해에는 하락한다는 통계다. 그저 재미로 만드는 지표 같지만, 생각보다 적중률이 높은 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기준으로, 수퍼볼 지표는 지난 45년간 35차례 맞아떨어지며 78%의 성공률을 보였다.
배정원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