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바보로 아나∼.”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소개하는 인터넷상에 최근 이 같은 유행어가 떠돌고 있다. 경제 민주화나 외교안보 등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 정책들에 대해 대선 후보들의 ‘슬그머니’ 말 바꾸기를 하거나 확 뒤집어버리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을 비꼰 표현이다.
후보나 각 대선주자 캠프 주요 정책 입안자들의 ‘이랬다 저랬다’ 하는 여반장식의 말 바꾸기나 정책 뒤집기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등 ‘빅3’ 후보들은 경제정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안보 공약 등 유권자들의 판단에 결정적 근거가 되는 핵심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당리당략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 때부터 ‘경제 민주화’ 이슈를 제기한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은 아직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금 세부 공약을 내놓으면 야당이 베낄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아직 구체화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개념을 놓고 설전을 벌여 유권자들은 어느 것이 ‘진짜’ 새누리당 입장인지 혼란스러운 상태다. 남경필 의원 등 주도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관련 공약을 내놓았지만 당론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5년 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후보가 내놓은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는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에서 경제 민주화로 슬그머니 바뀐 입장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는 상태다.
문 후보는 ‘한미 FTA 재협상론’을 들고 나왔지만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과된 한미 FTA에 대한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이 많다. 한미 FTA와 관련, 오락가락하는 입장도 도마에 올랐다. 문 후보 측은 재협상론을 주장한 보도자료를 내놓은 지 3시간 만에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서 다시 ‘재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두루뭉술한 공약이 문제다. 정치개혁이나 경제 공약 등을 발표했지만 하나같이 ‘국민의 뜻’이나 ‘위원회 설치’ 등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금강산 사고’ 설화(舌禍)에 대해서도 은근슬쩍 말을 바꾸기도 했다. 안 후보의 애매한 입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대선 후보들에게 물은 정책 이슈 10가지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안 후보는 10개 중 5개에서 찬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기타’ 의견을 내놨고, 박 후보는 ‘조건’을 가장 많이 달았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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