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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30대男, 선보러 가면 `다짜고짜` 첫마디가

[기타] | 발행시간: 2012.10.26일 08:37
몇 해 전 뉴욕타임스는 현대 여성을 4계급으로 분류했다. 제1계급은 가사도우미를 두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 2계급은 도우미는 없지만 직장도 안 나가는 여성, 3계급은 직장은 나가지만 도우미가 있는 여성, 4계급은 도우미도 없이 직장에 나가며 아이까지 키우는 여성이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닷컴 열풍 속에서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 자고 나면 중산층이 되고 중산층은 상류층이 되던 시절, 실리콘밸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벤처 갑부가 탄생하면서 대당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걸프스트림 자가용 비행기를 사려 줄을 섰다. 그러니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직장에 나가 허덕대며 돈을 버는 여성들은 은근한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었다. 고학력 여성들조차 직장에 나가기보다는 고상한 사교활동에 전념하는 것을 선호했다. 마치 19세기 상류층 여성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멸시한 거나 비슷했다.

이 같은 풍조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도 비슷하게 번졌다. 강남의 재력 있는 집안의 여성이나 며느리들은 학력은 갖출 만큼 갖췄으되 직장은 갖지 않는 게 유행이었다. 아이들 학교에서 직장 여성 혹은 맞벌이 주부에 대한 왕따도 빈번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장기 저성장 경기불황으로 인해 최근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일단 미국에서 고상한 상류층보다 `필사적인 맞벌이`들이 다수가 됐다.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서 만난 멜라니 버비어 미국 국무부 글로벌 여성 대사는 "경제불황은 항상 여성과 아이들에게 더 가혹하다. 미국에서도 지난 몇 년간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이 일상화되면서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여성, 한 집안의 가장 역할을 떠맡은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국가전략적으로 안보, 전쟁, 경제 할 것 없이 인구의 절반에만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나머지 절반(여성)에게서 저성장ㆍ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찾는 `똑똑한 경제(Smart Economy)`로 가야 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기회 박탈이 장기 저성장과 출구 없는 고령화로 치달은 극명한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고학력 여성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하면서 소비와 해외여행 등을 주도하는 일명 `OL(Office Lady)붐`이 일었다. 그러나 완고한 가부장적 사회구조, 유리천장 등에 막혀 대부분 좌절했다.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여성의 좌절이 성장과 소비에는 확실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근 `세계 양성평등 보고서`를 통해 남성의 수입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의 수입 비율이 몽골 81, 태국 79, 필리핀 76, 캄보디아 75, 베트남 71, 인도네시아 70인 데 비해 한국은 5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여성 의석 수도 세계 평균이 19%, 동아시아가 18.7%인 데 비해 한국은 14.7%로 동아시아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꼴찌는 일본(11%).

세계은행은 "여성인력의 고용은 생산 현장에서 7~18%의 생산성 증가를 가져온다.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내지 않을 경우 경기침체와 고령화 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남성 입장에서도 혼자서 생계와 노후를 책임지기보다는 여성과 분담하는 것이 고령화시대에 실질적으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이 지적하지 않아도 20~30대들은 벌써 다 안다. 한때는 직장여성이 기피 대상이었지만 요즘은 결혼시장에서 여성이 직장을 갖지 않고는 배우자를 찾기 힘들다. 젊은 남성들은 공공연히 "혼자 벌어서 어떻게 사냐. 아내가 돈을 벌어온다면 기꺼이 앞치마를 두르겠다"고 말한다.

혼자 힘으로 안 되는 것은 가정경제만이 아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는 남자 혼자 벌어서 가능하다. 그러나 소득 3만~4만달러는 불가능하다. 혼자 벌어서 3만달러가 넘는 정도의 고임금ㆍ고물가 구조를 견딜 수 있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성장률 하락, 부동산 침체, 투자 부진, 일자리 감소 등 모든 분야에서 섬뜩하리만큼 일본과 닮아가고 있다. 장기 불황형 일본 경제를 따를 것이냐, 아니면 `똑똑한 경제`로 갈 것이냐, 해답은 여성 문제에 있다.

매일경제 [채경옥 논설위원 cha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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