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동아시아가 G2 패권경쟁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 출범 후 동·남중국해에서 강도 높은 영유권 강화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해양강국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섰다. 일본과 베트남 등 주변국은 군비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남중국해가 ‘아시아의 팔레스타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가속화되는 중국의 해양굴기
중국 정부가 새 여권에 영토분쟁 해역을 자국령으로 표기한 지도를 넣은 데 이어 남중국해의 최전방인 하이난(海南)성은 27일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4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연안 변경 치안관리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조례 수정안에는 하이난성 관할 해역으로 무단 항해하거나 불법행위를 하는 외국 선박이나 인원에 대해 주권수호 차원에서 승선조사, 억류, 축출, 정선, 항로변경, 회항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강제조치 공식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둬웨이’는 중국이 권력교체 후 조만간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에 광둥(廣東)성, 광시(廣西)장족 자치구, 하이난성 3개 성의 해역을 관할하는 ‘남해항로보장중심’이 지난 26일 발족시켰다. 중국 전체 해역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10만㎢를 관할하는 이 기구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8일 천명한 ‘해양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홍콩 대공보(大公報)가 27일 보도했다.
중국 해군함대는 서태평양에서 원양훈련에 들어갔다. 또 하나의 무력시위다. 동해함대 소속의 미사일적재 구축함인 ‘항저우함’과 ‘닝보함’, 미사일적재 호위함인 ‘저우산함’과 ‘마안산함’으로 구성된 해군 편대는 28일 오전 10시쯤 오키나와 해협을 통과, 서태평양에 진입해 훈련을 하고 있다고 중국 국방부는 밝혔다. 항공모함만 빠졌을 뿐 항모전단을 구성하고도 남을 규모다. 서태평양은 미 7함대의 ‘활동무대’라는 점에서 이번 훈련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해양굴기에 긴장하는 주변국
사태가 심상치 않자 미국도 남중국해 영토분쟁 개입에 적극 나설 태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중국의 새 여권문제에 대해 “남중국해 인접 국가들 사이에 긴장과 걱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그는 “중국의 이런 행위가 영토 분쟁의 해결을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어온 인도, 베트남, 필리핀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새 여권에 대해 베트남이 최근 100여개를 ‘무효 직인’ 처리한 데 이어 필리핀은 28일 입국 도장 날인을 거부하기로 했다. 문제의 중국 여권 대신 ‘별도의 비자 신청서 양식’에 날인해줄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30일 대만과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의 어업권 협상을 3년9개월 만에 다시 벌이기로 했다. 중국과의 센카쿠 공조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도쿄=주춘렬·김용출 특파원 clj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