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애플이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조달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현재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각종 스마트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전방위 경쟁을 펼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특허소송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포함)로부터 대규모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선 적과 싸우면서 군수물자를 적진으로부터 조달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부품 조달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우선과제 중 하나였고 실제 계획대로 움직였지만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4일 미국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조달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해왔다. 특히 AP는 전량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특허 소송 이후 부품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대만 TSMC 등으로 눈을 돌렸다. 정보기술(IT) 업계 일각에선 TSMC가 이르면 내년 2분기(4∼6월)부터 애플의 주문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S3 등 자사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로 잔여 반도체 물량을 활용,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4월 태블릿PC 아이패드3를 출시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란 인간의 망막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인치당 픽셀수를 넘어서는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망막(레티나)과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용어를 만들었다.
애플은 당초 LG디스플레이와 일본 샤프에 조달을 타진했지만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삼성디스플레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게 된 것. 이후 공급선을 다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애플의 삼성전자 부품 조달 축소 시도는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삼성전자와의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최신 부품 조달에서 애를 먹을 가능성도 있어 애플은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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