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전화 '투넘버' 서비스를 이용한 1인2역 사기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ㄱ씨(26·여)는 지난해 11월 중순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여의사를 알게 됐다. 여의사가 ㄱ씨의 글에 먼저 댓글을 달았고, 이후 둘은 틈날 때마다 쪽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던 언니는 1주일 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도 알려왔다. 급격히 친해지자 언니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남자 선배를 소개했다. 남성은 교사 출신의 부모님에 검사인 형을 뒀다고 했다.
ㄱ씨는 같은 달 28일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남성을 만났다. 남자는 만난 지 4일만에 사귀자고 했으며, 소개를 주선한 언니는 카카오톡으로 '착하지 않더냐. 선배가 마음에 들어 한다고 하던데 계속 만나봐'라고 부추겼다. 남자도 "내 직업은 신경 쓰지마. 서로 좋아하면 되는 거야"라며 ㄱ씨를 배려했다.
만난 지 4일 만에 둘은 연인이 됐다. ㄱ씨는 배려심 많은 남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사귄 지 사흘도 안 돼 남자의 돈타령이 시작됐다. 갑자기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돈을 꿔달라고 했다. 박사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병원 교수들에게 접대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남자는 그뒤에도 비슷한 핑계를 대며 10여 차례에 걸쳐 300여만원을 빌려 갔다. 적게는 10만원, 많을 때는 90만원까지 빌렸다. ㄱ씨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 친구에게 돈을 꿔 빌려준 적도 있었다. 남자는 곧 갚겠다고 했지만 정작 통장으로 입금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12월31일. 날짜가 한참이나 지났는데 생리가 없던 ㄱ씨는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임신 소식을 알리자 다음 날부터 남자와는 연락이 끊겼다. 3일 뒤 여의사 언니도 카카오톡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ㄱ씨는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한다던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그런 의사가 없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ㄱ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친구의 휴대전화를 빌려 두 사람에게 동시에 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받지 않았고 언니는 통화 중이었다. 남자에게 걸었던 전화를 끊자 언니의 휴대전화 연결 신호음이 들렸다. 남자가 통신회사의 '투넘버 서비스'를 이용, 1개의 휴대전화에 2개의 다른 전화번호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ㄱ씨는 지난 21일 사기 혐의로 예전 남자친구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인천 연수경찰서에 제출했다. 남자가 ㄱ씨에게 알려준 이름과 나이 등 모든 신상정보는 거짓이어서 고소장은 제출할 수는 없었다. ㄱ씨는 "남자는 병원 일을 핑계로 오후 6시 이전에는 거의 연락이 안됐다"며 "낮에는 주로 언니와 메시지로 대화를 나눴는데 알고보니 1인2역을 한 거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디지털뉴스팀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