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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떡볶이 아줌마’의 그후 5년

[기타] | 발행시간: 2013.01.26일 10:22

‘서러운 떡볶이 아줌마’라는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던 노점상 철거 사진. 5년이 지난 지금, 사진의 주인공 김춘자씨(75)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뉴시스

“남보다 겁내 잘 벌어요. 그리고 저거 자기가 엎은 겁니다. 구청 단속직원들은 저렇게 엎고 안 합니다.” 한 ‘유명사진’을 두고 한 누리꾼이 단 댓글이다. 또 다른 누리꾼은 말했다. “노점상 철거되고 다음에 매장 크게 내서 장사 잘하고 있다고 하던데. ㄷㄷ.”

2008년도 사진이니 정치적 시기로 딱 요맘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이다. 길바닥에 엎어진 떡볶이 좌판을 배경으로 한 아주머니가 눈물을 닦는다. 누리꾼은 “시장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첫 작품이라고 평했다. 포털사이트에 전송된 이 사진은 그해 최고 조회수와 댓글수를 기록했다. ‘서러운 떡볶이 아줌마’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이다.

1월 24일 이 사진이 다시 이슈가 된 것은 서울 노량진 컵밥 노점 철거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각 인터넷 게시판에서 벌어진 찬반 양론은 치열했다. 철거를 찬성하는 쪽은 위생문제와 탈세, 상거래 질서 문제를 주로 거론했다. ‘기업형 노점’은 서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란은 2008년 보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문제의 사진까지 이어졌다.

기자는 2008년 사진이 나올 당시 사진을 찍은 공정식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한 사실 확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공 기자는 “할머니 스스로 좌판을 엎었다든가 기자가 할머니에게 연기를 시켰다 등의 ‘댓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첫 번째 누리꾼의 주장은 기각. 그렇다면 5년 전 할머니는 두 번째 누리꾼 주장대로 지금은 잘 살고 있을까.

사건 1년 후, 할머니는 모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국화빵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할머니의 성함은 김춘자씨다. 1940년생이니, 올해 73세다. “지금은 다른 거 하는 건 맞아요…. 김 구워 팝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대구 두류시장에 나가 장사한다. 벌이는 조금 될까. “옛날 철거가 된 뒤 남아 장사하는 사람은 몇 안 돼요. 마트고 뭐고 장사가 전반적으로 안 돼요. 시장이 다 죽어서….” 매장을 크게 냈다는 것은? “아이고… 매장이오? 한 번 나와서 보세요. 나와서 보면 압니다.”

사진이 이슈가 된 뒤 5년, 구청이나 철거했던 사람들로부터 ‘미안하다’든가 어떤 편의를 봐준 것 하나 없다고 할머니는 덧붙였다. 사정은 지금이 더 안 좋다. “장가를 못간 아들이 있는데, 직장이 없어요. 노가다를 나가고 있는데 그나마 노는 때가 더 많으니.”

‘세금 내는 사람은 바보냐’는 노점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노점도 노점 나름이에요. 시내 쪽이나 큰 백화점 앞이나 그런데서 하면 장사가 잘 될지 모르지만 골목시장도 이제 다 죽어서 그거 뭐.” 크게 한숨을 쉬고 덧붙였다. “지금 사는 게 옛날보다 더 얄궂게 살고 있는데….” 2008년 철거 당시 사진을 찍었던 공정식씨는 현재 통신사를 나와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다. “사진 찍고 1년 뒤에 찾아뵈었어요. 집에도 찾아갔었는데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덧붙였다. “묘하게 시기적으로 일치하네요. 그때도 새 정부 출범 직전으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근황을 전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소문처럼 큰 매장은 아니더라도 살림이라도 폈다면 또 모르겠다. 새 정부 출범 후엔 서민들이 웃는 일이 많기를.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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