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출시한 세계문학 앱, '죄와 벌' 등 30여권 서비스
게임 앱 누르고 아이패드 1위… "책의 부활" vs "덤핑 공세"
게임이 점령한 유료 앱스토어 시장에서, 문학이 전체 매출 1위?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8일 출시한 '세계문학 앱'이 이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아이패드 국내 앱스토어 순위에서 12일 현재 매출 1위를 기록한 것.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는 이날 현재 전체 매출 9위다. 아이폰 앱스토어 전체 매출 30위 리스트에서 게임이 아닌 앱은 단 4종. 음악·메신저 서비스인 멜론·벅스·카카오톡이고, 9위의 '세계문학 앱'을 제외하면 그나마 모두 10위권 밖이다. 출시 4일 만에 '세계문학 앱'의 다운로드는 2만 건에 달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문학 앱이 매출 1위 하는 나라의 위엄"(아이디 이다)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아직 출시 초기이기는 하지만, 책의 소멸을 우려하는 시대에 문학의 멋진 반격인 셈이다.
'세계문학 앱'은 열린책들이 지금까지 출간한 세계 고전문학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앱. 안드로이드 버전은 다음 달 출시 예정이지만, 현재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죄와 벌' '그리스인 조르바'<사진> '장미의 이름' 등 30여권을 서비스하고 있다. 앱 자체의 다운로드는 무료이고, 다운받으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개별 구매가격은 3.99~5.99달러이지만, 가입비 149.99달러(약 16만4000원)인 '오픈 파트너'에 가입하면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e전집을 모두 읽을 수 있다. 이미 종이책으로 출간된 200여 권을 단계적으로 e북 출시할 예정이다.
출판계에서 보는 '세계문학 앱'의 선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최첨단 스마트 기기에서 아날로그 책읽기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현했다는 점. 원하는 부분에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그을 수 있으며, 팝업 형태로 확인하고 숨길 수 있는 주석(註釋) 기능도 매력적이다. 또 하나의 본질적 이유는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 "예고 없이 모집 중단 가능"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e북 200권을 출시할 경우 '오픈 파트너'의 권당 가격은 8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덤핑'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할인인 셈이다. 한 네티즌은 "엄청난 할인가를 맛본 뒤 과연 정상가에 살 사람들이 있을까"(아이디 노동자 009)라며 우려했다. 현재 개별 도서 매출과 '오픈 파트너' 매출 비율은 1:9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전자책 시장에 책을 공급하고 있지만, 자체 앱을 만든 회사는 드물다. 몇몇 출판사가 시도했지만, 콘텐츠 미비와 준비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앱'이 단순한 덤핑 공세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독서 시장을 창출할지 지켜볼 일이다.
[어수웅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