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덕훈 기자
호텔·병원·학교로 확산되는 스마트 빌딩 가보니
IT 강국 한국의 장점 살려… 명동엔 세계 첫 스마트 호텔
서울대병원 이달 말 분당에 세계 첫 '스마트 병원' 문 열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조명·온도·TV채널까지 조정
시장 포화상태 국내 통신사들… 스마트 빌딩 시장에 눈독
지난 7일 찾은 서울 명동의 15층 규모 호텔스카이파크 센트럴점. 작년 말에 문을 연 이 호텔은 객실 예약 고객이 들어오면 스마트폰(LG전자 '옵티머스 뷰2')을 지급하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체크인에서부터 모든 객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호텔'이기 때문이다.
외관은 여느 호텔과 비슷한데 내부 시스템은 크게 달랐다.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면 직원이 객실 출입카드 대신 스마트폰을 내준다. 객실로 올라가 출입문에 스마트폰을 살짝 갖다 댔더니 "철컥" 하고 문이 열렸다. 시스템을 구축한 LG CNS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유심(USIM·가입자 식별 장치)카드와 잠금장치가 무선으로 인증 절차를 5번 거쳐 문이 열린다"고 했다.
객실에선 카드를 벽면에 꽂는 대신 스마트폰의 호텔 앱을 실행했다. 'Key In(키 꽂음)' 버튼을 누르자 '삐리릭' 하면서 불이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객실 온도와 조명, TV까지 한 번에 조정할 수 있었다. 밖에서도 객실의 히터를 원격으로 켤 수 있다. 스마트 객실에 투숙한 20대 초반의 캐나다인 초메이(Chomey)씨는 "한국이 IT에 강하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스카이파크 관계자는 "차별화를 위해 '스마트 객실' 서비스를 적용했다"면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비용과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호텔·병원·학교·공항 생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빌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달 중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암병원과 뇌신경병원에 세계 최초의 '스마트 병원' 시스템이 적용된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공동 개발한 것인데 진료 접수에서부터 약국 안내까지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진행한다.
환자가 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고객의 스마트폰에 '환영 메시지'가 뜬다. 길게 줄을 설 필요 없이 병원 앱을 통해 진료 접수가 가능하다. 현재 대기 인원과 예상 대기 시간도 곧바로 제공된다. 차례가 되면 알림 메시지와 함께 현 위치에서 진료실까지 가는 길을 보여준다. 무인 안내기를 통해 진료비를 결제하고, 처방전까지 받아볼 수 있다. 약국 가는 길도 스마트폰이 알려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병원의 환자 안내 업무가 크게 줄어들고 공지사항도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빌딩의 한계는 없다. 스마트 호텔 사업을 진행 중인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스마트 교육과 결합한 스마트 학교, 원격 제어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 공장, 스마트 공항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진출 활발
스마트 빌딩 구축 사업에는 이동통신사들이 적극적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이미 깔려 있는 통신망을 활용,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과 KT는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유·무선 통신망을 건물의 에너지 시설과 연결,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주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건물주가 집 안방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에너지 사용 현황은 물론 임대료 납부 현황, 인근 지역의 임대 시세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수도권의 약 9만3000여 중소형 건물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KT는 전국 110여개 이마트 매장의 에너지 관리를 맡고 있다. 작년 5월부터는 글로벌 통신망을 이용해 핀란드 국가기술단지의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 제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스마트 빌딩(Smart Building)
유무선 통신망과 IT를 건물에 접목, 냉난방·조명·전력에서부터 사무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건물.
[박순찬 기자]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