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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수첩 인사’가 빚은 ‘데스노트 참사’

[기타] | 발행시간: 2013.03.22일 20:11

비공식적 비밀인사가 부실 인선으로

박 대통령, 유임카드로 ‘땜질’

김병관 사퇴…김관진 국방 유임

‘의혹 백화점’이라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완강히 버티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힌 지 3시간 만에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의 유임을 발표했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이동흡, 김용준, 김종훈, 황철주, 김학의’에 이어 박 대통령이 선택한 고위공직자 후보의 6번째 낙마 사례가 됐다. 인수위 시절 최대석 인수위원의 돌연 사퇴와 인선 중 교체된 5명의 청와대 비서관까지 포함하면, 정부 초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처참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새정부 고위직 ‘6번째 낙마’

수첩속 좁은 인재풀 누더기

소통과 검증 기본원칙 외면

쏟아진 의혹에도 밀어붙이기

‘떠밀린 교체’ 명분·실리 잃어

“인사시스템 전면 개선” 목소리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사람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수첩’이 ‘데스노트’(살생부)로 전락했다”는 씁쓸한 평가마저 나온다. 현 국방장관의 유임 역시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인사를 택한 것으로,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인재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부실 인선의 원인으로는 ‘수첩’으로 상징되는 비공식적인 비밀인사와 인수위 시절부터 ‘불통’으로 지적받아 왔던 박 대통령의 의사소통 방식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에게 발표 전날 통보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견제와 균형’, ‘소통과 검증’ 등 인사의 기본원칙이 통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책임총리제나 창조경제, 튼튼한 안보 등 박 대통령이 유독 강조하는 분야에 해당하는 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국방부의 후보자들이 대거 낙마한 것도 결국 박 대통령이 중요한 인사를 혼자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의 흐름’에 둔감하고 한번 내린 결정을 좀체 바꾸려 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김병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론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데도 박 대통령은 “투철한 국가관이 있는 분”이라며 막판까지 옹호했고, 결국 언론과 야당의 추가 의혹 제기에 ‘떠밀려’ 교체를 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국 전환을 위한 ‘타이밍’을 놓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없고, 주요 후보자의 낙마에 대한 유감 표명도 없으며, 심지어 청와대 비서관 인사는 ‘발표하지 않고 관보에 게재하겠다’는 일방통행식 인사 스타일도 국민들에겐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스타일 때문에 직언하는 참모가 없고, ‘누더기 인사’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나마 기본적인 검증을 맡았던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모두 검찰 출신이다 보니, 같은 검찰 출신인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사례와 같은 ‘대형 사고’를 사전에 거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제기된다.

이렇게 사방이 꽉 막혀 있다 보니 선택된 이들의 면면은 ‘능력’이나 ‘일관성’ 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최소한 그 분야에서 존경받는 사람을 써야 하는데, 하나같이 평가가 좋지 않은 분들이다. 주변에 제대로 된 평판을 전해줄 사람이 없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도종 명지대 교수는 “고집을 피워도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발표된 인선의 면면을 보면 ‘위장전입이나 표절은 절대 안 된다’거나,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지켰다’는 인사철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여야 가릴 것 없이 ‘전면적인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더는 인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통령이 약속한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의한 시스템 인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허태열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는 부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 때의 중앙인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러 현안 챙기기에 바쁜 허태열 실장보다 조금 더 대통령에게서 멀리 있고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이끄는 별도의 인사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겨례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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