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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작전세력', 그들이 위험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3.25일 07:26
"대선 때 박근혜 찍었어요. 선거 내내 눈도 침침한데 새누리당 현수막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니까요. 박근혜의 복지공약, 우리 서민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땡큐'죠. 사람들이 복지 확대를 비판하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우리도 억울해요. 평생 죽어라 일하고 우리 덕에 나라도 이만큼 잘 살 게 된 건데, 국가가 우리에게도 보상은 해줘야죠."

18년간 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해 온 박근영(가명, 57, 여) 씨의 삶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출근해 오후 4시 퇴근 때까지 꼬박 8시간을 일하지만 월급은 100만 원이 채 안 된다.

평생 특별한 직장 없이 노가다판을 전전해 온 남편은 최근 건강 상태마저 나빠졌다. 어떤 달에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보다 남편이 쓰는 병원비가 더 많다.

'어르신 노인연금 20만원, 4대 중증질환 병원비 보장'과 같은 박근혜의 공약은 "지켜주기만 하면 너무너무 고마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대구가 고향인 박 씨는 원래도 새누리당 지지자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먹고 살기가 벅찬 그에게 박근혜의 복지 공약은 말 그대로 '위로'였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최고의 반전은 '50대의 반란'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결과로는 50대의 82%가 투표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들의 상당수가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를 선택했다. 10년 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40대의 변심이었다. 석달 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50대, 그들은 출범 한 달을 맞은 박근혜 정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3% 작전세력, 그들은 루저였다

본인의 정치 성향을 '중도 우'라고 표현하고,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한 표를 던졌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찍긴 했는데 큰 기대도 없다"는 김명환(가명, 58, 남) 씨는 대표적인 '베이비부머'다.

그는 1956년생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3% 승리를 만들어낸 작전세력"이라고 지칭한, 그 '베이비부머 715만 명'의 '맏형' 격이다.

언론사 광고국에서 30년을 넘게 일했다. 그가 직장을 그만둔 것은 4년 전, "정년을 채우고 나오면 이미 늦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큰 딸은 대학생, 아들은 고등학생일 때였어요. 애들 할머니, 할아버지도 살아계신데 직장에서 수명 끝났다고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정년 후에도 가족들을 부양하고, 제 노후까지 지켜줄 평생 직업을 찾아야했어요."

김 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2년 전에는 서울 중구에 조그만 점포도 차렸다. 큰 딸은 그 사이 대학을 졸업했고 그 어렵다는 취직에도 성공했다. 그렇지만 올해 27살인 딸이 언제 결혼하겠다고 나설지, 그 비용 걱정은 여전히 김명환 씨를 누른다.

둘째인 아들은 올해 군 제대 후 복학했다. 사립대 공대생인 아들의 등록금은 연간 1000만 원에 달한다. 이제 겨우 2학년이다. 부모님의 용돈도 매달 들어간다. 병원비로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2남 2녀의 장남인 김명환 씨는 자신을 '낀 세대'라고 표현했다.

"윗 세대도 챙겨야 하고, 아랫 세대도 돌봐야하는 곤혹스러운 세대죠. 누가 못 됐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그래요."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명신초등학교를 방문, 급식실에서 학교 영양사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 대한민국의 50대는 여전히 부모를 모셔야 하면서 동시에 옛날 같으면 자립하고도 남았을 20대 아이들의 취업과 결혼까지 책임져줘야 한다. 다행히 자녀가 일찍 취업과 결혼에 성공했다면, 이번에는 허술한 국가 보육 시스템이 '손주 돌보기'라는 새삼스러운 노동으로 내몬다. 돈 들어갈 일은 여전히 많은데 퇴직은 이미 현실이 됐거나 눈 앞에 닥쳤다. 평생 일해 번 돈으로 마련한 유일한 재산인 집은 '똥값'이 될까, 또 하나의 근심거리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모순과 갈등은 50대로 통하고 있는 셈이다.

50대의 박근혜 사랑,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

최근 50대의 인생 보고서를 표방한 책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를 펴낸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50대를 "빈곤층 입주를 예약한 자들"이라고 규정했다.

"평균 퇴직연령 52.7세, 3억 원 아파트와 1억 원 현금을 손에 쥐고 고용보험과 연금도 없는 무소득의 절벽으로 무작정 떨어지는 사람들이 한국의 50대, 그 서글픈 자화상이다. 자녀 결혼과 학비, 8년의 무소득 기간을 아파트와 퇴직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중산층에서 급히 퇴거하고 있는 중이다. '중산층 70%' 공약에 귀가 솔깃했던 이들은 알고 있다. 자녀 분가 임무를 완수한 60세에 이르면 빈곤층으로 이주신고가 되어 있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3월 12일, <중앙일보> 칼럼)

송 교수는 박근혜의 승리를 만들어낸 '작전세력'은 "승자가 아니라 루저, 아주 철저한 루저"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불안한 심리는 "급진 변혁보다는 점진 개혁을 택하도록 부추겼"고, 그 배경에는 "기억"이 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주장이다.

열심히 일 하면 그만큼의 보답이 있었던, "못 배워도 일자리가 널려 있었던 그 시대에 대한 흐릿한 기억"이 박근혜에 대한 사랑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박근혜는 지난 대선 기간 그 '기억'을 잘 건드렸다.

사랑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은 똑같이 박근혜에게 한 표를 던졌지만 50대와 60대 이상의 한 표가 다른 의미라는 얘기도 된다. 60대 이상이 갖고 있는 마음은 거의 '신념'에 가깝다. 박정희 시대가 옳았다는, 반론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단단한 사랑이다.

그러나 50대는 다르다.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 의존한 50대의 애정은 언제든 와르르 무너져내릴 수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말이다.

"60~70대는 2002년에도 이회창을 지지했던 계층이다. 그러나 지금의 50대는 당시에는 노무현을 선택했었다. 박정희 모델에 완전히 포섭됐거나, 확실한 이념적 성향이 있다기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50대의 사랑이 쉽사리 흔들릴 수 있음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당선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꾸준히 하락 중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당선인)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잘 하고 있다"는 대답은 1월 3주차에 55%에서 52%(1월 5주차), 49%(2월 2주차)로 꾸준히 떨어졌다. 취임 한 달을 앞둔 3월 3주차에는 44%를 기록했다. 두 달 사이 지지율은 11%포인트 빠졌다.

그런데 50대의 지지율 하락폭은 전체 지지율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같은 기간의 같은 질문에 대한 같은 답변은 50대에서 69%(1월 3주차), 59%(1월 5주차), 52%(2월 2주차), 49%(3월 3주차)의 순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도 전인 1월엔 2주 동안 무려 10%포인트나 떨어졌고, 두 달 사이 50대의 지지율은 총 2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60대 이상과는 뚜렷이 비교된다. 1월 3주차 조사에서 50대와 마찬가지로 69%의 지지율을 보였던 60대 이상은 두 달 후인 3월 3주차 조사에서도 여전히 65%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월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중곡제일시장을 찾아 상인으로부터 순대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기억'에 근거한 사랑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으려면

분명한 것은 50대의 사랑이 무너지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출발한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단적인 예다.

대선 당시의 '반란' 이후 석 달,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 달. 50대는 영원한 우군이 될까? 이철희 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길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소장은 "그런데 민생 문제에 집중하려면 다른 변수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는 타협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허종연(가명, 59, 남) 씨는 취임 한 달을 맞은 박 대통령에게 "40점밖에 못 주겠다"고 말했다. 석 달 동안 60점이 깎였다. 허 씨는 "아버지를 보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잘 알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버지보다 유연한 맛은 없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 평가의 이유는 인사 실패였다. 허 씨는 "청렴결백한 사람도 많은데 꼭 코드에 맞는 사람만 쓰려고 하고 여성이라 부드러울 줄 알았더니 맺고 끊는 것이 너무 강하고 자기 주장만 세다"고 비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영자(가명, 55, 여) 씨도 "민생을 살려준다고 해서 뽑아줬더니 TV를 켜 보면 대국민담화라고 눈에 불을 켜고 윽박지르거나,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얘기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박 대통령이 무엇을 가장 해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한 씨의 답은 이랬다.

"장사 좀 잘 되게 해줬음 좋겠어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원래는 우리 가게에 신선제품도 들여놨었는데 요즘에는 안 받고 있어요. 팔려야 들어놓지. 버리는 게 더 많아요. 맨날 자기들끼리 싸우긴 싸우는데 대체 대선 때 공약은 한다는 거예요, 만다는 거예요?"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서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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